6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스카이라인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외국인 주민과 관광객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억만장자들의 ‘황금빛 놀이터’로도 불렸지만, 전쟁 여파로 단 2주 만에 유령도시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11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이 지난달 28일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 걸프 국가의 주요 공항과 인프라에 드론과 미사일을 퍼부으면서 수만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두바이를 떠났다. 이란이 쏘아 올린 반격 무기 중 3분의 2 이상이 UAE에 쏟아졌다.

이란의 반격이 유독 UAE에 집중된 이유는 이곳이 서방 국가들과 깊은 군사·정보 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두바이는 금융·관광·물류의 핵심 허브로, 이란이 경제적 파급력까지 동시에 노리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디언은 “서방 국가들과의 깊은 군사·정보 협력 관계, 그리고 두바이가 글로벌 금융과 서방 관광의 선호 중심지라는 점 때문에 부분적으로 표적이 됐다”고 짚었다.

두바이 거주자의 90% 이상은 외국인으로, 소득세·양도소득세·상속세가 없다는 점 때문에 특히 억만장자가 밀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이 전쟁 공포에 대거 이탈하면서 두바이에서는 해변의 주점·쇼핑몰·호텔 등 다중밀집시설이 텅텅 비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한다. 초호화 저택과 호텔은 물론, 두바이의 유명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 위치한 페어몬트 호텔도 큰 피해를 입었다. 다른 걸프 국가와 달리 막대한 석유 자원이 없어 관광산업 의존도가 큰 두바이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디언은 현지 체류 외국인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외국인들이 믿어왔던 ‘두바이 드림’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존립 차원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두바이의 한 학교 교장으로, 두바이에서 16년째 거주 중인 영국인 존 트러딩어는 “영국 출신 교사 100여 명 중 대부분이 갑작스러운 전쟁에 큰 충격을 받아 깊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감당하기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미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일주일 넘게 이란의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 외국인들이 빠져나가자 해변과 수영장, 쇼핑몰 등의 텅 빈 모습이 12일 X에 올라왔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40년간 발전이 11일 만에 공포로 가득 찬 유령 도시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했다. /X

전문가는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두바이가 받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봤다. 칼레드 알메자이니 UAE 자이드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UAE 경제가 버틸 만한 수준이지만, 이 상황이 열흘이나 20일 더 이어지면 관광, 항공, 외국인 사업, 석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탈출하지 못한 두바이 이주 노동자도 일감이 줄어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두바이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던 파키스탄 출신 자인 안와르는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전쟁 이후 장사가 안 되고 수입도 전혀 없다. 관광이 다시 살아날 것 같지도 않다. 나 같은 택시 기사들 상당수가 다른 나라로 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두바이는 끝났다는 걸 안다”고 했다.

작년 국제선 여객 수 1위를 기록했던 두바이 국제공항은 이란의 드론 공격 이후 항공편 운항을 무기한 중단했다가, 2일부터 제한적으로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7일 또다시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현재도 영공 폐쇄 등을 이유로 축소 운항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