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전력 일부를 중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국방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군은 대이란 공습 초기 이틀간 56억달러(약 8조2600억원)어치 탄약을 쏟아부으며 첨단 무기를 빠르게 소진했다. 첨단 무기 재고가 바닥을 보이자 미군은 인도·태평양 일대 미군의 방공 자산을 재배치하고 있다. 또 이란의 드론 및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도 다른 지역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미군의 이런 조치는 중동 내 무기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이란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예방적 차원”이라고 했다.
사드와 패트리엇은 주한미군의 핵심 미사일 방어체계로 분류된다. 사드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40~150㎞ 고고도에서 요격한다. 미사일 1기당 약 175억원에 달한다. 패트리엇의 요격 고도는 15~40㎞로 사드보다는 낮으며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은 한 개에 약 54억원 수준이다.
다만 인도·태평양 일대 미군의 방공 자산이 반출될 경우 이 지역에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칸시안 연구원은 “사드와 패트리엇을 (중동에서) 더 많이 소모할수록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에서 감수해야 할 위험은 더 커진다”고 했다. 대중국 억제력과 우크라이나 지원 역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출 정황은 앞서 실시간 항공 추적 사이트를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미군 대형 수송기 C-5와 C-17이 최근 오산 기지에 이례적으로 기착했고, 지난 7일까지 C-5는 수차례, C-17은 10여 차례 오산 기지를 이륙한 것이다. C-5는 한 번에 약 127t(톤)을 운반, C-17(약 77t)의 1.5배 이상의 짐을 옮길 수 있는데 미국은 패트리엇이나 사드를 순환 배치할 때 두 수송기를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엔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 배치됐던 사드 포대의 TPY-2 레이더가 이란 공격으로 파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루와이스·사데르 인근 사드 포대도 지난달 28일에서 3월 1일 사이 이란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었다.
중동 사태로 주한미군이 방공무기 일부를 국외로 반출한 것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또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데 그로 인해서 우리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가 생기거나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우리의 국방비 부담 수준이나 방위산업 발전 정도, 국제적 군사력 순위 등 객관적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 방위에 대해 우려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