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다. 8일 미국의 공습을 받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연기가 퍼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전쟁이 9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양측은 서로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조건 없는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요구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정권을 뿌리뽑을 것”이라며 이란 테헤란 등에 고강도 공습을 가했다. 이란은 “우리는 베네수엘라가 아니며, 미국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주변 중동 국가에 대량 보복 공격을 쏟아부었다. 주말 동안 중동 각지에서 화염이 타오르며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전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세계 경제 타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전쟁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8일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석유 저장소와 운송 센터 등 4곳을 집중 타격했다.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이란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첫 공격이다. 네타냐후는 “전력을 다해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숨졌다. 미군도 80대 이상 전투기를 동원해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 상황실, 방공망, 미사일 저장 시설 및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을 포함한 광범위한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 갔다. 이란의 해수담수화시설 등 핵심 기반 시설도 공격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박상훈

◇이스라엘, 테헤란 석유시설 첫 공격… 이란은 하이파 정유시설 때려

이스라엘은 이란 본토뿐 아니라 친(親)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공습도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베이루트 중심가에 있는 호텔을 타격했다”면서 “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을 표적으로 한 정밀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베이루트에서 최소 16명이 사망했다. 주말 동안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관련 시설 170곳을 공격했다. 전쟁 발발 뒤 이란에서 최소 1230명, 레바논에서 300명 이상, 이스라엘에서 1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란의 반격도 이어졌다. 이란은 테헤란 석유 시설 공습 보복으로 이스라엘 북부 최대 도시 하이파의 정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7~8일 이틀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을 겨냥한 무차별 공격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와 하이파, 쿠웨이트 미군 기지를 비롯, 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의 주요 시설에 탄도·순항미사일, 드론 공격을 쏟아부었다. 중동 허브 공항인 두바이 공항에 발사체 파편이 떨어졌고, 파키스탄인 2명이 사망했다. 쿠웨이트 공항 연료 저장소가 공격을 받아 2명이 사망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국가가 전쟁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도 이란 공습으로 주택가에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은 이란 핵시설 확보를 위해 지상군 투입 카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지상군 파견을) 나중에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육군 최정예 공수부대인 82사단이 최근 대규모 훈련 계획을 갑자기 취소했는데, 이 역시 미국의 지상전 개시 관측에 불을 붙이고 있다. 영국 본토 공군 기지에도 ‘죽음의 백조’라는 별칭이 붙은 미 B-1 폭격기 4대가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타는 테헤란… 연기 치솟는 두바이 공항 7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랜드마크 ‘아자디 타워’ 인근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폭발이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미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요격되면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FP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소 6개월 동안 격렬한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며 “앞으론 최첨단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안보 수장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란 매체에 나와 “우리는 그(트럼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이란이 베네수엘라와 같을 것이라고 인식했지만 이제 함정에 빠졌다”며 주변국도 공격 대상이라고 했다. 앞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걸프국들에 사과하고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강경파가 장악한 이란 군부는 오히려 이에 반발하며 걸프국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란은 이날 하메네이 후계자를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추가 ‘참수 작전’을 우려한 듯 실명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57) 선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반미 강경파’로 분류된다.

실제 이란 군부는 하메네이 폭사 이후에도 그의 ‘유훈’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세계 원유 생산의 중심지이자 경제·물류의 핵심 거점인 중동에 대한 광범위한 보복은 알리 하메네이가 생전 수립해둔 ‘광인 작전(Operation Madman)’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미국의 이란 침공시 중동 지역 걸프 국가들을 전방위적으로 타격해 전선을 확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에너지 공급망을 차단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극도의 혼란을 일으키라는 작전 계획을 마련했다. 이란 국회의장 고문 마흐디 모함마디는 “우리 계획은 전쟁을 더 넓히고 더 오래 끄는 것이며 이것이 트럼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타격”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개전 후 일주일 만에 약 60억달러(약 8조9100억원)를 사용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이 중 40억달러(약 5조9400억원)는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는 비용이었다. 백악관은 이란 전쟁을 4~6주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이 실제 장기전 모드로 버틴다면 미국 경제가 먼저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 노동부가 이날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9만2000명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하는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