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각) 이란 내 쿠르드족 거주지인 쿠르디스탄 마리반의 행정청사가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고 있다. /X

이라크 내 쿠르드족 반군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란 국경을 넘어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이스라엘의 i24뉴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AP통신 등이 4일 보도했다. 이라크 북부에 기반을 둔 쿠르드족 반군 관계자들은 AP 통신에 “미국이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상 작전 내용과 관련해 미국 당국과 접촉했다고도 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일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는데, 지상군의 이란 투입을 꺼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쿠르드족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 반군이 이란 이슬람 정권을 상대로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한 가운데, 수천 명의 쿠르드족 전투원들이 지난 2일부터 이란 영토 내에서 전투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사격 훈련을 하는 쿠르드 여군 모습/ X

이란계 산악 민족인 쿠르드족은 인구 3000~4000만명 정도로 서아시아에서 아랍인, 튀르키예인, 페르시아인(이란인) 다음으로 많다. 독자적인 쿠르드어를 사용한다. 오스만 제국 해체 이후 독립국가를 세우지 못한 채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란 내 쿠르드족은 오랜 기간 이란 정부의 탄압을 받았고, 현재 반 이란 진영의 핵심 세력으로 꼽힌다.

실제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란에서 민중 봉기를 촉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쿠르드 세력에 무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 CNN이 지난 3일 보도하기도 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정부가 이란 반정부 단체들 및 이라크 쿠르드 지도자들과 군사 지원 제공에 대한 적극적인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을 받은 뒤 수십 대의 드론으로 이라크 내 쿠르드족 거점을 공격하기도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쿠르드족 반군은 반이란 세력 중 가장 조직적인 집단”이라며 “수천 명의 훈련된 전투원을 보유한 이들이 참전한다면 궁지에 몰린 테헤란 정권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라크가 분쟁에 더 깊숙이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이란 쿠르드 반군 단체 본부가 있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 데칼라(Dekala)의 한 무기고가 드론 공격을 받아 부서진 모습을 한 군인이 바라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쿠르드 무장 세력이 움직일 경우 이란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고 군사력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이란 북부 일부 지역을 장악해 이스라엘에 유리한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정치·군사적 부담이 큰 미군을 직접 지상전에 투입하기보다는 이란과 원한이 큰 현지 세력을 활용해 현 이란 체제 전복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