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복 중인 약물 중독자가 맞아요. 하지만 이젠 그린 위에서 딸을 껴안는 것에 더 빠져든 것 같습니다.”
앤서니 김(41·미국)은 지난달 15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LIV 골프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확정 짓고 18번 홀 그린에서 아내와 딸을 껴안고 감격했다. 3일 홍콩에서 만난 그는 “예전부터 그린에서 가족과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게 꿈이었다”며 “(지난달) 우승 세리머니 영상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까지 봤다”며 웃었다.
20대 시절 촉망받던 골프 스타였던 그는 부상과 약물 중독으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다시 골프계로 돌아와 약 16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거짓말 같은 인생 역전 스토리다. 그는 “과거 제 잘못으로 그릇된 결정을 많이 내렸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인생의 과오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술을 끊은 지 3년째라는 그는 “사실 골프 우승보다 금주가 더 값진 업적”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방황했던 삶을 정리하고, 다시 골프채를 잡고 우승까지 한 공을 모두 가족에게 돌렸다. 앤서니 김은 “에밀리와 결혼하고, 딸 벨라가 태어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딸과 아내는 삶의 원동력이자 내게 초능력 같은 힘을 주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우승 이후 아내와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나한테 ‘당신이 골프로 다시 성공한다면 다른 사람의 인생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이 정말 큰 영감이 됐다”고 했다. 앤서니 김은 지난달 우승 이후 “너무 감동적이었다. 나도 내 문제를 극복해보겠다”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수천 통 받았다고 했다.
앤서니 김은 최근 골프 의류 브랜드 ‘말본’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우승 기념품도 출시했다. 모자와 티셔츠에 앤서니 김의 별명인 ‘AK’와 ‘Don’t F***ing Quit(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 디자인인데, 순식간에 매진됐다고 한다. 앤서니 김은 “3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내 이니셜이 박힌 옷을 살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며 웃었다.
앤서니 김의 부모는 1970년대 초 한국에서 미국 LA로 이민을 했다. 김하진이라는 한국 이름이 있는 그는 대학교 3학년 때인 2006년 프로로 전향했다. 이듬해 PGA(미 프로골프) 투어에 데뷔해 “타이거(우즈)를 잡으러 왔다”고 큰소리를 치는 등 빼어난 골프 실력만큼 당돌한 언행으로 주목받았다. 2008년에만 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리고, 라이더컵 미국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어깨 등 각종 부상과 약물 중독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2012년을 마지막으로 골프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앤서니 김은 “PGA 투어를 뛸 때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었고, 거의 20년 동안 매일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앤서니 김은 5일 개막하는 LIV 홍콩 대회에서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4월 열리는 PGA 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에 특별 초청 자격으로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나는 하루에 1%씩 더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며 “과거엔 ‘하루하루 충실하라’는 말을 무시했지만, 마흔을 넘긴 지금은 가장 큰 무기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