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적자 해소와 국가 재정 건전화를 명분으로 거둬들인 관세 수입이, 최근 발발한 이란과의 군사 충돌 비용으로 고스란히 상쇄될 위기에 처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마찰을 감수하며 확보한 세입을 상회하는 막대한 청구서가 중동에서 날아들면서, 관세를 통한 재정 적자 축소라는 정책 목표가 자체적인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와 세관국경보호국(CBP) 통계에 따르면, 집권 2기 취임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 관세를 통해 확보한 세수는 작년 말 기준 약 1335억달러(약 197조원)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자금이 국가 부채 상환과 향후 미국 국민의 소득세 감세의 핵심 재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이란을 겨냥한 ‘장대한 분노(Epic Fury)’ 군사 작전이 확대되면서, 재정 확보라는 정책 기조는 천문학적인 지출 전망 앞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포춘은 2일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 모델(PWBM)’의 켄트 스메터스 소장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대이란 타격으로 인한 총 경제적 비용이 최대 2100억달러(약 31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행정부가 지난 1년 동안 거둬들인 상호 관세 수입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관세로 재정을 확보하겠다며 미국 소비자에게 사실상의 세금을 부과해 놓고, 그 재원을 전쟁 비용으로 소모하는 셈이다.

구체적인 비용 추산 내역을 살펴보면 재정 부담의 실체는 명확히 드러난다. 포춘 보도에 따르면, 직접적인 군사 작전과 고갈된 장비 및 탄약 교체 등 직접 비용에만 약 650억달러(약 96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군이 첫 폭탄을 투하하기도 전, 병력 증강 단계에서부터 발생한 지출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일레인 맥커스커 전 국방부 예산 담당의 분석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항공모함과 전투기 등 군사 자산을 중동에 사전 배치하는 데 이미 약 6억3000만달러(약 9300억원)의 혈세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무역 차질과 에너지 시장 교란, 금융 리스크 등 전쟁이 촉발하는 거시경제적 손실 추정치 약 1150억달러(약 170조원)를 더하면 경제적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전쟁 기간을 ‘최대 두 달’로 가정한 단기전 시나리오다. 포춘은 과거 워게임 시나리오를 인용해 미국의 핵심 군수품 재고가 단 일주일 만에 바닥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비축분 소진 이후의 대규모 무기 신규 생산 및 재보급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PWBM 측 역시 이란 사태가 두 달을 넘길 경우 전체 비용이 310조원이라는 추산치조차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습은 막대한 전쟁 비용을 부담해야 할 미국 납세자들의 지지마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2일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가 이란 공격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고, 지상군 파병에는 60%가 반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반을 넘는 국민이 반대하는 군사 개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 명분도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달 24일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껏 걷은 관세마저 환급해야 할 처지에 빠졌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미 1500개 이상의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토해내야 할 관세 환급액은 약 1420억달러(약 20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수한 관세 수입은 반환 소송에 직면하고 1~2개월 만에 300조원대에 이를 수 있는 전쟁 청구서만 남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가 부채를 줄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심각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