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뿐 아니라 세계 평화라는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한 폭격은 계속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군사작전을 통해 이란 이슬람 신정 체제의 정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사살한뒤 소셜미디어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축출한 지 불과 60여 일 만에 또다시 국가 원수급을 겨냥한 ‘참수 작전’을 강행한 것으로, ‘힘을 통한 평화’ 노선이 한층 과감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공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시설 제거, 미사일 산업 궤멸, 해군 파괴는 물론 종국적으로는 신정 체제 종식과 친미 정권 교체까지를 작전 목표로 내걸었다. 결국 이는 국제법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우위에 두는 ‘트럼프식 세계 질서’의 민낯으로, 무력을 통해 중동의 지정학적 질서 자체를 뒤집으려는 노골적인 패권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협상은 기만술?
이번 공습은 미국과 이란이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8개월 만에 핵 협상을 재개해 대화를 이어가던 와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26일 3차 협상을 중재한 오만 외무장관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했고, 2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추후 회담도 예정돼 있었다. 트럼프는 공습 개시 몇시간전 기자들에게 “만족스럽지 않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겠다. 추가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화 지속 의사 표명이 실은 대(對)이란 공습에 필요한 군사 물자를 중동 해역에 집결시키기 위해 시간을 끌려는 기만 전술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 과정에서 지연 전술을 펴며 평화적 목적을 앞세워 우라늄 농축 포기를 거부하자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인 의도는 겉으로 천명했던 ‘외교 우선’이 아니라 군사력을 동원한 목표 관철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초강경 군사 대응의 배경에는 이란이 자칫 ‘북한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깊은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 역량을 완성하고,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결합하고 나면 이를 포기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선제적 타격을 통해서라도 이란의 핵 능력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3곳을 정밀 타격한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주요 핵 농축 시설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공언했던 것이 결국은 과장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기도 하다. 당시 작전으로 이란의 핵 시간표를 수년 늦췄을 뿐 근본적인 위협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는 현실적 한계를 절감한 것이다.
◇고위험·고보상 승부수
공격 최종 승인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합참의장 등 핵심 안보팀으로부터 이번 작전이 미국에 ‘고위험·고보상(high risk, high reward)’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브리핑을 수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거센 반격으로 역내 미군 기지가 타격받고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위험이 수반되지만, 하메네이 제거를 포함한 핵심 작전이 성공할 경우 중동의 지정학적 질서를 미국에 완전히 유리하게 재편할 수 있는 ‘세대에 한 번 올 기회(once-in-a-generation)’가 될 수 있다는 보고였다.
CNN은 “(1979년 이란 혁명과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를 겪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모든 전임자를 괴롭혀 온 ‘이란 난제’를 해결한 대통령이 될 기회는 트럼프에게 매우 매혹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 개시를 알리는 영상에서 이례적으로 “용감한 미국 영웅들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고, 우리 측에도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 공격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내린 선택이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담을 안고서도 이러한 승부수를 던진 데에는 국내 정치적 위기 타개라는 셈법도 깔려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정책이 미국 대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는 등 지지율 하락세를 겪는 가운데, 이란 체제 전복이라는 대외 안보 성과를 통해 국면 반전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물리적인 체제 전복을 위해서는 결국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한데, 이는 대규모 미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선뜻 결단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 등 소모적인 대외 개입에 극도로 비판적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핵심 지지층의 성향을 고려할 때, 기대했던 이란 내부의 정권 교체 대신 중동이 장기적인 수렁에 빠질 경우 거센 역풍에 직면할 위험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