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기업들이 잇달아 내놓은 신제품이나 새로운 기능이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주가지수 상승 흐름과 달리 소프트웨어 관련 주식은 맥을 못 추고 큰 폭으로 하락했다. WSJ은 “21세기 들어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였던 산업이 이제는 시장의 애물단지가 됐다”고 했다.
26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약 140개 소프트웨어 기업을 동일 가중 방식으로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State Street SPDR S&P Software & Services ETF’는 1~2월 사이 20% 하락했다. 이 ETF 편입 종목 시가총액은 총 1조6000억달러(약 2300조원) 증발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앱러빈, 인튜이트,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등 주요 기업들은 각각 최소 500억달러(약 71조60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 손실을 기록했다. 세무 소프트웨어 터보택스와 퀵북스 제조사인 인튜이트의 경우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 내에서 최악의 성과를 내며 약 42% 떨어졌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도 급격히 하락했다. 해당 ETF 구성 종목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9배 수준으로, 2022년 정점이었던 47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는 S&P 500 지수 평균인 약 22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영향은 주식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은행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투기등급 기업대출의 약 13%가 소프트웨어 기업과 연관돼 있다.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사모신용 시장에서는 이 비율이 더욱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발전하는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의 사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으면서 투자 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0.5%, 1.2% 떨어졌다. 전날 발표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하긴 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를 채우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약 5.5% 하락했다. 다우 평균은 변동 없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전망에 대한 확신을 찾고 있던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