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수도 누크./AP 연합뉴스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승조원이 건강상 이유로 덴마크군의 도움을 받아 그린란드 수도 누크로 긴급 이송,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ABC방송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미 해군의 원잠 1척이 임무 지역에서 이탈해 누크에서 약 13km 떨어진 해상으로 부상했다. ABC는 “바닷속에 숨어 있도록 설계된 잠수함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수병 한 명이 건강상 이유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사는 덴마크 해군의 3500t급 호위함 베데렌함에서 출동한 시호크 헬기에 실려 누크의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입원 치료 중이라고 한다. ABC는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불분명하지만, 전투와는 관련이 없다고 미군 관계자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 해군 병사가 누크로 이송된 뒤 몇시간 뒤 그린란드에 미 해군 병원선을 보내 주민들을 치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회동한 직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아픈 많은 사람을 돌보기 위해 병원선을 보낸다. 지금 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병원선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것과 미 원잠 승조원의 그린란드 긴급 이송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다만 북미, 러시아, 유럽을 잇는 요충지인 그린란드에서 미 해군이 러시아와 중국 등을 대상으로 한 모종의 극비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면, 트럼프가 국면 전환용으로 이같은 언급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의 ‘병원선 파견’ 방침에 덴마크와 그린란드 측은 “뜬금없다”며 “미국 의료나 잘 챙기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페이스북에 “대답은 ‘노 땡큐’”라면서 그린란드는 주민들에 대한 치료가 무상으로 이뤄지는 공공의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닐센은 “우리는 시민들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공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의도적인 선택이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부분”이라며 “미국에서는 의사를 만나려면 비용이 드는데, 그런 체계와는 다르다”고 했다.

그린란드의 5만6000여명 주민은 덴마크의 ‘보편 복지’ 중 하나인 무상의료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 본토 최대 주인 텍사스의 3배가 넘는 광활한 영토를 지닌 그린란드엔 4속 병원이 있고, 수도의 누크의 대형 병원에선 그린란드 전역의 환자를 돌본다. 닐센은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발언에 대해 “마구잡이식 돌출 발언”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린란드의 시민운동가 오를라 요엘센도 “고맙지만 사양한다”며 “우리는 비타민이 풍부한 물개 지방 등 전통음식을 먹으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는 높은 수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 의료에나 신경을 쓰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를 (미국처럼) 보험이나 재산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무료이면서 평등한 의료 접근이 가능한 나라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며 “그린란드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