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가르시아 섬.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양 차고스 제도 최대 섬이자 미·영 공동 군사기지가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지 말라고 영국에 공개 촉구하면서, 해당 섬을 둘러싼 역사적 분쟁과 군사적 전략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향해 “100년 임대 계약으로 디에고 가르시아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어떤 이유로든 디에고 가르시아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임대 계약을 “기껏해야 불안정한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영국이 “이 중요한 섬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과의 핵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이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정권에 의한 잠재적 공격을 제거하기 위해 디에고 가르시아와 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디에고 가르시아는 인도양 한가운데 위치한 환초 형태의 섬으로, 차고스 제도에 속한다. 육지 면적은 약 27㎢로 여의도의 약 3배 규모다. 섬에는 미·영 공동 군사기지가 설치돼 있으며,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이곳을 동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전략 거점으로 활용해왔다.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이 기지가 작전에 사용된 바 있다. 섬 이름은 16세기 인도양을 항해하던 포르투갈 탐험가들의 명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사적으로 디에고 가르시아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의 일부였다가 1814년 나폴레옹 전쟁 이후 영국이 인수했다. 이후 모리셔스와 함께 영국 식민지로 통치되다가, 1965년 영국이 모리셔스 독립(1968년)을 앞두고 차고스 제도를 분리해 별도의 영국령 인도양 영토(BIOT)로 편입했다. 미국은 1966년 영국과 협정을 맺고 디에고 가르시아를 군사기지로 장기 임차해 사용해왔다.

차고스 제도에는 1960년대 초까지 약 1500~2000명의 주민이 거주했으나, 미군 기지 건설 과정에서 1968~1973년 사이 강제 이주됐다. 현재 섬에는 일반 주민은 없으며, 미·영 군인과 군사 계약 인력 등이 상주하고 있다.

모리셔스는 차고스 제도가 자국 독립 직전 강제로 분리됐다며 주권을 주장해왔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9년 영국의 차고스 제도 분리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권고적 의견을 냈다. 이후 영국 정부는 2022년부터 모리셔스와 협상을 진행해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이양하되, 디에고 가르시아 군사기지는 최소 99년간 영국과 미국이 계속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다만 이를 위한 영국 내 입법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주권 이양+장기 임대’ 구조가 불안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임대 방식이 장기적으로 통제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전략적 요충지인 디에고 가르시아가 미국의 대이란 군사 옵션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8개월 만에 핵 협상을 재개한 가운데, 협상 결렬 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에는 스타머 총리가 체결한 협정이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다시 공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가 미국과 추가 협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