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산악지대인 람사우 암 닥슈타인 전경.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지역 사진. /EPA 연합뉴스

여자 친구와 오스트리아 최고봉에 올랐다가 홀로 하산한 산악인이 과실치사 혐의로 법정에 섰다. 당시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여자 친구는 방치된 지 6시간여 만에 사망했다.

18일(현지 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작년 1월 18일 오스트리아 그로스글로크너산 정상 인근에서 발생했다. 숙련된 산악인이었던 남성 토마스는 여자 친구 A씨와 산행에 나섰다가 목적지를 약 50m 남긴 지점에서 홀로 하산했다. 몸에 무리를 느낀 A씨가 탈진, 저체온증, 방향 감각 상실 등으로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되자 혼자 산을 내려온 것이다. 체감 기온이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극한의 날씨였다.

토마스는 A씨에게 담요나 보호 장비를 덮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 헬기가 있었는데도 토마스가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으며,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해 둔 탓에 경찰의 반복적인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이 조난 상황에 빠진 건 오후 8시 50분쯤이었지만, 토마스의 늦은 대응으로 이튿날 새벽 3시 30분에야 조난 신고가 접수됐다는 것이다. 이후 강풍으로 헬기 출동이 지연됐고 구조대가 오전 10시쯤 도착했으나 A씨는 숨진 상태였다.

검찰 측은 “숙련된 산악인인 토마스가 먼저 A씨와의 등반을 계획한 만큼 더 책임감 있게 동행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토마스의 변호인은 “이번 일은 비극적인 사고일 뿐이다. A씨의 사망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토마스 측은 성명을 내고 “두 사람 모두 충분한 산행 경험이 있고 적절한 장비를 갖췄다고 믿었다”며 “신체 상태 역시 좋았다가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했다. A씨가 갑자기 급격한 탈진 징후를 보여 토마스 역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일부러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이번 재판에서 토마스의 유죄가 인정된다면 최고 징역 3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개인의 판단과 위험 감수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의 문제가 달린 재판”이라며 “유죄가 선고된다면 산악 스포츠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동반한 동료에 대해 얼마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