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15일 사상 처음으로 초소형(micro) 핵 원자로를 캘리포니아주의 마치 공군예비기지에서 유타주의 힐 공군기지로 수송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전역과 유사시 전세계 미군의 최전선에 원자력을 확대 배치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이날 미군이 수송한 것은 민간 제작사인 베일러 어토믹스(Valar Atomics)의 모듈형 원자로인 5MW(메가와트)급 마이크로 원자로인 ‘워드 250’로, C-17 글로브마스터 Ⅲ 수송기(최대 적재량 77톤) 3대가 이 원자로의 8개 구성품(모듈)을 운송했다. 이 원자로에는 연료가 장착되지 않았다. 미국이 핵 원자로를 군 수송기로 이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드 250’ 마이크로 원자로는 최대 목표 출력이 5MW로, 약 5000 가구의 전력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용량이다. 작은 군 기지나 오지 마을에 적합한 규모이며, 공장에서 표준화 제작해서 운송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한동안 배치 사용하는 모듈식ㆍ이동형 원자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신형 표준 원전으로 UAE에 수출한 가압경수로인 APR1400의 출력은 약 1400MW에 달한다. 따라서 ‘워드 250’은 APR1400 출력의 0.3%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미국 내에서 ‘워드 250’과 같은 민간 제작 마이크로 원자로를 비롯한 첨단 원자로 3기 이상을 완전 가동 상태에 도달되도록고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에너지는 단지 경제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며 “국내와 해외에서 신뢰할 수 있고 배치 가능한 전력이 없다면 미국은 자유를 수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마이클 더피 조달·군수 담당 차관은 “이번 수송으로, 가장 필요한 시점과 장소에 우리 전투원들에게 승리를 위한 도구로써 원자력을 배치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말했다.
제조사인 베일러 어토믹스는 힐 공군기지 인근 연구소에서 Ward 250의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원자로는 기존의 단순 우라늄 연료 대신에, 우라늄 핵을 세라믹 층으로 감싼 트리소(TRISO) 연료를 사용하며 냉각재로 물 대신 헬륨을 사용한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유사 시 핵심 군 기지를 지역의 전력망(grid)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이크로 원자로의 개발과 활용을 추진해 왔다.
마이크로 원자로는 자체 발전설비에 의존해야 하는 원격 기지나, 해외의 열악한 환경에서 전력망 접근이 불가능한 미래 전진기지, 또 민간 재난 지역과 원격 지역에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 붐으로 촉발된 데이터센터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외에도, 주요 강대국은 50~300MW급 출력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ㆍSmall Modular Reactor) 개발과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RITM-200, RITM-400 북극 쇄빙선용 SMR을 일부 장착해 운용하고 있고, 중국과 영국도 일부 시험하고 있다. 한국도 한국수력원자력이 2030년대초 상용화를 목표로 약 100MW급의 SMART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주요국의 SMR은 상대적으로 높은 출력에 고정 배치형이다.
미국이 이날 공수해 시험 운용에 들어가는 초소형(micro/miniature) 원자로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른 곳으로 이동 배치할 수 있다.
베일러 어토믹스의 설립자인 아이사이아 테일러는 “지난 40년간 미국은 에너지 집약산업을 해외로 수출하는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 단 한 개의 인공지능 언어 모델을 대규모로 훈련시키는 전력도 작은 도시 하나가 소비하는 전력과 맞먹고, 중국과 경쟁하는 핵심 소재와 제조 관련 산업 공정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며 “오직 원자력만이 낮은 비용과 신속한 일정, 신뢰성이라는 조합을 제공해 미국의 기술·산업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내 일부 비판론자들은 민간 기업이 설계한 검증되지 않은 원자로를 트럼프 행정부가 신속 승인하려는 움직임이 안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