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외교 갈등이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도 예외없이 이어졌다. 중국이 일본의 군비 증강에 대해 “군국주의의 망령”이라고 비난하자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입장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NHK,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뮌헨안보회의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15일 열린 ‘세계 속의 중국’ 세션에 연사로 나선 왕이 외교부장은 일본이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대만을 옹호하는 태도 뒤에 침략 의도가 숨어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날 연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왕이는 “일본의 대만 침략 및 식민지화 야욕이 여전히 식지 않았으며,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이 여전히 남아 일본을 괴롭히고 있다”면서 “만약 일본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옛길로 들어서는 순간 막다른 길이다. (일본이) 재차 도박하려 한다면, 더 빠르고 더 처절한 패배를 겪을 것”이라고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의 대만 지지 상황이 “아시아에 매우 위험한 전개”라면서 “중국의 국가주권을 향한 도전이고 14억 중국 국민은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또 일본과 중국의 갈등 발단이 된 다카이치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은 “중국 영토주권을 직접 침해하고 대만이 중국으로 반환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 태도도 비판했다. 왕이는 “전후 독일은 제국주의를 철저히 배격하고 나치즘 선전 금지법을 제정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A급 전범들을 신사에 모시면서 참배한다”라고 일본과 독일을 비교하면서 “(일본의 이런 태도가)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일본 외무성은 같은 날 “중국 참가자가 뮌헨안보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안전방위정책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내놨다”면서 “중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근거가 부족하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는 점점 심각해지는 안보 환경에 대한 것이며, 특정 제3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대만을 둘러싼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일 외무성은 또 “국제사회에는 불투명한 군사력 확장을 이어가고 위압으로 일방적인 현상변경에 대한 시험을 계속 강화하는 국가도 있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명시적 언급 없이 비판한 것이다. 앞서 14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한 고이즈미 신지로 일 방위상도 “주변 국가가 불투명한 군비 증강을 지속하면서 지역의 군사력 균형이 크고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왕이의 발언들은 지난 8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크게 이긴 결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외교·국방 정책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과, 지난 13일 일본이 불법 조업 중으로 추정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한 뒤 중국인 선장을 당일 석방한 사건에 대한 견제로 풀이되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오전 정례회견에서 중국 측의 주장이 “사실에 반하고 근거가 부족하다”고 재차 반론하고 “일본 정부는 중국과 대화 채널을 열어 놓은 채 앞으로도 냉정하고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