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 사이에서 브로콜리 주스가 새로운 경기 보조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음료는 도핑 검사에 걸릴 위험성이 낮고 비용 부담이 적어 유럽 선수단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크로스컨트리 스키 10km 종목 경기 현장. /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림픽에 출전한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이 기록 단축을 위해 브로콜리 고농축액을 복용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눈 덮인 들판이나 언덕 등 야외를 이동하는 종목으로, 선수는 10㎞부터 최대 50㎞에 이르는 거리를 스키로 횡단해야 한다.

선수들이 애용하는 이 음료는 스웨덴 스타트업 노미노(Nomino)사가 개발한 제품으로, 브로콜리 약 6파운드(약 2.7㎏)에서 추출한 성분을 테킬라 잔 크기 병에 농축해 제조된다. 알약 형태는 개발되지 않았으며, 선수는 경기 전 한 번에 들이키는 방식으로 이를 복용한다.

음료에는 브로콜리의 강한 향을 완화하기 위해 레몬과 설탕이 소량 첨가되나, 맛은 좋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에밀 셰란데르 노미노 공동 창업자는 음료에 대해 “나무와 디종 머스터드(프랑스 겨자소스)를 섞은 맛”이라며 “효과가 없었으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회사는 브로콜리 속 특정 화합물이 고강도 운동 시 혈중 젖산 수치를 낮춰 경기력 향상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젖산이 축적되면 인간은 호흡 과정에서 근육이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음료가 이 수치를 낮춰 한계점 도달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연달아 이동하는 코스가 반복, 젖산 관리와 회복 속도가 경기력을 좌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음료는 상용화 1년 만에 핀란드·이탈리아·프랑스 등 노르딕 스키 강국 선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널리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사이클과 육상 중·장거리 선수들까지 음료를 찾고 있으며, 미국보다 유럽에서 수용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노미노는 스웨덴 바이애슬론협회와도 협업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음료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닝 코치이자 스포츠 퍼포먼스 저서를 펴낸 스티브 매그니스는 “생물학적으로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합리적 가설”이라면서도 “문제는 이를 입증할 만한 연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베이킹소다에 첨가된 탄산수소나트륨이 수십 년에 걸친 연구로 고강도 운동에서의 통증 완화 효과를 인정받았다면, 브로콜리의 지구력 향상 근거와 관련된 자료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브로콜리 주스가 위험은 낮고 잠재적 보상은 크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에이나르 헤데가르트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는 “음료를 마신 후 좋은 경기와 강도 높은 훈련 세션이 이어졌다”며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느낀다”고 총평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리스트에 오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에밀 이베르센 또한 6개월 전부터 브로콜리 주스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르센은 “짧은 휴식 구간에서 회복이 조금 더 빨라지는 느낌”이라면서 “경기 전 음료를 들이킬 때면 약간의 불쾌함은 피할 수 없지만, 감수할 만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