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생한 낸시 거스리 실종 사건 용의자가 현관 옆 풀로 초인종 카메라를 가리려고 하는 모습./FBI

미국 방송 NBC 유명 앵커 사바나 거스리의 80대 모친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째 되는 가운데 미 연방수사국(FBI)이 범인의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FBI가 확보한 영상에는 범인 얼굴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에 동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현지 시각) FBI와 피마 카운티는 애리조나주 투손 북쪽에서 발생한 사바나 거스리의 모친 낸시 거스리 실종 사건 용의자 영상을 공개했다. 낸시가 실종된 1일 새벽 초인종 카메라에 찍힌 이 영상에서 용의자는 스키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배낭을 메고 있었다. 권총으로 보이는 물건도 권총집에 넣은 상태였다. 수사 당국은 “이 인물은 무장 상태였다”고 했다. 용의자는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려고 시도하다, 입에 손전등을 물고 현관 옆 풀을 뜯어 화면을 가리려 하기도 했다.

1일 발생한 낸시 거스리 실종 사건 용의자 모습. 권총을 갖고 있었다./FBI

이 영상은 지난 1일 수사가 시작된 뒤 수사기관이 처음으로 확보한 용의자 모습을 담고 있다. 그동안 수사관들은 낸시 집에 달린 보안 카메라 영상을 회수할 수 없었다. 낸시가 영상을 저장하는 구독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FBI는 이른바 ‘잔존 데이터(residual data)’를 파고들었고 영상 확보에 성공했다. 뉴욕타임스는 “용의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물”이라고 했다.

백악관도 용의자에 대한 제보를 요청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영상을 보며 ‘혐오감’을 느꼈다”면서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은 FBI에 연락 달라”고 했다. FBI는 현상금 5만달러를 건 상황이다. 사바나 거스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이 영상을 공유하며 “어머니가 여전히 어딘가에 계시다고 믿는다”면서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했다.

1일 발생한 낸시 거스리 사건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화면이 10일 공개됐다. 용의자가 손으로 초인종 카메라를 가리려 하는 모습./FBI

이 사건은 지난 1일 새벽에 발생했다. 낸시는 지난달 31일 오후 9시 30분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들어갔지만 다음 날 오전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수사 결과 1일 오전 1시 47분 초인종 카메라 연결이 끊겼고, 그로부터 41분 후 낸시의 심박 조율기가 휴대전화와 연결이 끊겼다. 수사기관은 이때 낸시가 집에서 끌려 나갔다고 판단한다. 낸시의 집과 이웃집은 간격이 넓고, 거대한 선인장과 나무가 세워져 있어 범행 당일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사건 이후 애리조나 소재 지역 언론사 세 곳에 낸시의 몸값을 요구하는 이메일이 도착하기도 했다. 수백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내용이었지만 진짜 용의자가 보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바나는 NBC의 간판 아침 프로그램인 ‘투데이(Today)’의 메인 공동 진행자다. 2020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타운홀 미팅을 단독으로 진행해 이름을 알렸다. NBC에서 밀라노 동계 올림픽 개막식 진행을 맡기로 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해 다른 진행자로 대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