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표 방송. /X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한국식 개표 방송 연출을 도입한 일본 방송사의 방송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방송사 후지TV는 8일 제50회 중의원 선거 결과를 발표하면서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 콘셉트로 각 정당 리더들을 등장시켜 판세를 보여주는 연출을 선보였다.

이를 보면 각 당 대표 얼굴을 합성한 캐릭터들이 빙판 위를 달린다. 자민당을 이끄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최선두에 있고, 뒤를 일본유신회·입헌민주당·공명당 등 대표가 따라온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추격을 견제하는 장면도 담겼다.

선두 후보를 경쟁 후보가 바싹 뒤쫓는 장면 등은 한국이 보여온 개표 방송 방식과 유사하다. 한국 방송사들은 선거에서 후보들이 벌이는 경쟁을 컴퓨터그래픽(CG) 등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개표 방송을 중계해 왔다.

일본 개표 방송. /X

한국 개표 방송은 주요 외신도 분석 기사를 내놓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024년 4월 총선 이후 ‘이것은 K-드라마인가? 아니다. 한국 선거의 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방송국마다 다채로운 개표 방송을 선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시 BBC는 “TV 뒤에서는 또 다른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다”며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방송국들이 대중문화, 인공지능(AI), 화려한 그래픽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뛰어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했다. 당시 한국 방송사들은 드라마와 영화 장면 등을 패러디해 후보 간 접전을 중계했다.

그래픽을 이용한 2024년 SBS 총선 개표 방송.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라고 적힌 레버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SBS 유튜브

비슷한 방식을 활용한 일본의 이번 개표 방송은 현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우리 선거 보도가 한국의 개표 방송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며 후지TV 선거 결과 방송을 녹화해 올린 한 게시물은 현재 조회 수가 1200만회에 달한다. 일본 네티즌들은 “진짜 한국풍이 됐다. 선거 보도를 엔터테인먼트화해서 웃기다” “만약 일본이 먼저 했더라도 한국도 따라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재미있는 영상” “나도 모르게 한국 방송인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선거가 이렇게 장난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등 부정적인 시각도 일부 있었다.

후지TV는 복잡한 개표 상황과 정치 구도를 더욱 직관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개표 방송에서 시청자 참여형 투표와 데이터 분석을 결합했다. 합성 그래픽 이미지를 활용한 것은 선거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는 젊은 층의 정치 외면이 사회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일본 집권 자민당은 중의원 465석 가운데 3분의 2인 310석을 넘어 316석을 단독으로 확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도 진행할 것”이라며 개헌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헌법심사회장 자리를 야당에서 되찾아와 개헌 논의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은 자위대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고, 긴급사태 조항 등을 담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