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미국 스키 여제 린지 본(41)이 소회를 밝혔다.
본은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 올림픽의 꿈은 내가 꿈꾸던 방식대로 끝나지 않았다”며 “동화 같은 결말이나 멋진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갔어야 할) 전략적인 라인과 재앙과도 같은 부상의 차이는 불과 5인치(약 12.7㎝)에 불과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앞서 미국 스키의 살아있는 전설인 본은 왼쪽 무릎 십자인대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며 출전 의지를 드러냈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토파네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 참가한 본은 출발 13초 만에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그는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던 중 두 번째 곡선 주로를 통과하다 기문에 부딪히면서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슬로프에 나뒹굴었다. 결국 그는 헬리콥터를 통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본은 사고 상황에 대해 “(활강 라인을) 5인치 정도 안쪽으로 너무 붙어서 잡았고, 오른팔이 기문 안쪽에 걸리면서 몸이 비틀려 충돌로 이어졌다”며 “십자인대 파열 등 과거의 부상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복합 정강이뼈 골절상을 입었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다. 제대로 고치기 위해 수술을 몇 차례 더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본은 “내가 바라던 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고 극심한 육체적 고통이 따랐지만, 후회는 없다”며 “출발선에 섰을 때의 감정은 결코 잊지 못할 거다.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 승리한 것 같았다”이라고 말했다.
본은 “스키 레이싱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생에서 위험을 감수한다. 우리는 꿈꾸고, 사랑하고, 뛰어오른다. 때로는 넘어지기도 한다”며 “가끔 마음이 부서지고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꿈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것 또한 인생의 아름다움이다. 우리는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는 시도했고, 꿈꿨고, 뛰어올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 여정을 통해 여러분들도 크게 도전할 용기를 얻길 바란다”며 “당신이 나를 믿었던 것처럼 나도 당신을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본은 월드컵 통산 횟수만 84승인 미국 스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이전에도 부상과 싸워 이겨낸 바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정강이 부상을 입은 상태로 활강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8 평창 올림픽에선 허리 통증을 안고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다.
본은 6·25 참전 용사의 손녀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는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정선 올림픽 슬로프에 할아버지의 유해를 가져와 뿌린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