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20승 달성에 실패한 오자와 이치로 (왼쪽)와 입헌민주당 창당 멤버인 에다노 유키오(오른쪽) 초대 당 대표

“통한(痛恨)의 극치입니다.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일에 대한 큰 책임을 느낍니다.”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가 나온 8일 밤, 중도개혁연합의 노다 요시히코, 사이토 테츠오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개혁연합은 전체 465석 중 49석을 얻어 참패했다. 종전 의석수 167석 유지라는 목표에 턱없이 모자란 성적표다. 소선거구 202곳에 후보를 냈지만 7명만이 당선됐다. 노다 공동대표는 “(선거 결과를) 엄숙하게,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단기 결전 속에서 정책 논쟁의 기회를 잃었다”고 했다. 2011~2012년 총리를 지낸 노다 공동대표는 치바 14구에서 당선돼 11선에 성공했지만 중도개혁연합의 대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자민당의 압승으로 야당의 주요 간부와 베테랑 의원들까지 대거 낙선하면서 일본에서는 ‘야당 붕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2017년 입헌민주당 창당 멤버인 에다노 유키오 초대 당 대표다. 에다노 전 대표는 2010년 간 나오토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지냈고, ‘입헌민주당의 얼굴’로 불렸지만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신인 후보에게 밀려 의석을 잃었다. 에다노가 출마한 사이타마 5구는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의 상징이 됐다.

오랫동안 지역구를 지킨 다선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자와 이치로는 ‘오자와 왕국’이라고 불렸던 텃밭 이와테현에서 57년만에 낙선하며 20선 달성에 실패했다. 오자와는 1965년 자민당에서 정계에 입문한 일본 정계의 산 증인이다. 자민당 간사장까지 올랐지만 1993년 탈당해 중도 우파 정당인 신생당을 창당, 자민당의 단독 과반을 무너뜨리고 38년만에 자민당 없는 연립 내각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19선 불패 신화는 신진당, 자유당, 민주당 등 소속 정당을 꾸준히 바꾸면서 쌓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창당과 입당, 탈당을 반복하고 기존 정치 질서를 흔든다며 ‘파괴자’라고 불렸다. 2009년에는 민주당 대표로 중의원 선거를 크게 이겨 ‘킹메이커’ 별명도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세 번째 정권 교체”를 목표로 삼았지만 ‘세대 교체’를 강조한 젊은 자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일본 최대 야당인 중도개혁연합의 노다 요시히코(왼쪽)와 사이토 데쓰오 공동대표가 8일 총선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도개혁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465석 중 49석을 얻는 데 그쳤다./로이터 연합뉴스

중의원 부의장을 지낸 겐바 고이치로는 야당이 대패했던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도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9선을 했던 지역구 후쿠시마에서 패배했다. 1996년부터 10선을 했던 아즈미 준 중도개혁연합 공동 간사장도 자민당 후보에 자리를 내줬다. ‘오카다 왕국’ 미에 3구에서 11선을 이어가던 오카다 가쓰야도 낙선했다.

이런 가운데 신생 정당들의 성장이 돋보였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우며 작년 참의원(상원)에서 15석, 중의원 3석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15석을 확보했다. 보수층이 자민당으로 결집하면서 목표인 30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깜짝 득표에 그치지 않고 명실상부한 야권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작년 5월 출범한 신생 정당 ‘팀 미라이’는 처음 치른 중의원 선거에서 11석을 확보했다. 36세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안노 다카히로가 창당한 이 신생 정당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정치 개혁을 앞세우고 청년 세대를 겨냥한 공약을 내세웠다. 목표로 했던 5석의 2배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