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원해온 빈과일보 창업주 지미 라이(78)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중국 정부가 2020년 6월 홍콩보안법을 제정·시행한 이후 이 법에 따라 선고된 최고 형량이다
9일 홍콩 매체 HK01에 따르면, 웨스트카오룽(西九龍) 법원은 이날 오전 라이에 대해 외국 세력과의 공모 및 선동 등 총 3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이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라이가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반중(反中) 시위 국면에서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반중 캠페인 단체 ‘SWHK(重光團隊)’ 등과 함께 여러 국가를 상대로 중국과 홍콩 정부 및 관료들에 대한 제재를 적극적으로 로비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855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깊은 원한과 증오가 그를 험난한 일로 이끈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라이와 함께 기소된 빈과일보 전 간부 6명과 사회 활동가 1명, 법률 보조원 1명에게도 각각 징역 6~10년이 선고됐다.
라이는 보안법 위반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빈과일보 사무실 임대 계약 위반 관련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영국 BBC는 “이번에 나온 20년형 중 2년은 기존 형기와 중복돼 라이는 추가로 18년을 더 복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라이의 딸 클레어 라이는 “1947년생인 아버지가 감옥에서 순교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이번 판결은 가슴 아프도록 잔혹하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오늘 홍콩의 언론 자유에 막이 내렸다”며 “이번 판결은 당국이 언론을 얼마나 경멸하는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법원 앞에는 경찰관과 폭발물 탐지견, 장갑차 등이 배치됐다.
1947년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난 라이는 12세 때 홍콩으로 밀항해 의류공장 노동자로 살다가 패션기업 지오다노를 창립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의 영향을 받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했고, 1996년부터 지오다노 지분을 매각하고 언론 활동에만 전념했다.
빈과일보는 2003년 홍콩보안법 도입 시도와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등 주요 국면에서 홍콩 민주 진영을 지지했다. 2019년 홍콩의 반중 인사를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범죄인 인도법)이 발의돼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졌을 때는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했다.
라이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 당국으로부터 반정부 선동가·반역자로 규정됐다. 빈과일보는 홍콩보안법 시행 1년 만인 2021년 폐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