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러시아의 공습으로 정전된 가운데 자원봉사자 마라트 다르메노프(오른쪽)가 시민들에게 무료로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3월 종전·5월 대선’ 구상을 전달했다고 로이터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7일 보도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국내 정치에 집중하고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미국 협상단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등지에서 열린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조속히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대선은 2019년 선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5년 임기가 만료되면서 2024년 3월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계엄이 발효되면서 헌법에 따라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요구하는 돈바스 등 영토 문제는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 투표도 대선과 함께 실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제안에 “허황된 일정”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리의 안보를 보장할 때까지는 어떤 합의도 이뤄질 수 없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미국이 서두르고 있다”며 “투표 준비와 시행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안전한 투표를 위해서는 러시아가 공격 중단을 보장해야 하는데,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같은 날 대언론 담화에서 미국이 자국과 러시아에 요구한 종전 시한이 6월이라고 밝혔다. 당초 3월을 제시했던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강한 반발에 물러섰을 가능성이 있다. 젤렌스키는 담화에서 “미국은 올여름 시작 전까지 전쟁을 끝낼 것을 양측에 제안했으며 이 시간표에 따라 양측에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미국이 내부적 이유로 종전을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전을 위한 미·러·우크라이나 3자 회담은 지난달 23∼24일, 이달 4∼5일 두 차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렸으나 진전이 거의 없었다. 돈바스 영토 할양, 자유경제구역 설치, 자포리자 원전 운영 등 종전안 핵심 쟁점에서 러·우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다. 젤렌스키는 “‘현 상태 유지’가 종전을 위한 가장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드미트리예프 패키지’라고 불리는 12조달러(약 1경7600조원) 규모의 경제적 제안을 미국에 제시했다고도 밝혔다. 드미트리예프는 종전 협상에 러시아 대표로 참여하는 국부펀드 대표이자 대통령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의 이름이다.

한편 전장에서 불법으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사용하던 러시아군이 일론 머스크의 차단 조치로 ‘통신 마비’ 상태라고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최군 러시아군 드론에 스타링크 단말기가 부착된 모습이 포착되자, 우크라이나는 머스크에게 자국이 작성한 ‘화이트 리스트’ 단말기만 스타링크에 접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머스크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 러시아 군사 블로거는 “거의 모든 전선에서 단말기가 차단돼 지휘 통제가 불가능해졌다”며 “구식 워키토키 무전기를 기부해달라”고 했다. 이번 조치가 러시아군 지휘 체계가 수년 전 수준으로 퇴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롭 리 선임연구원도 “러시아군의 지상 무인 로봇 운용과 중거리 미사일 타격 능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했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새로운 시스템이 실질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며 “자유의 챔피언이자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친구인 일론 머스크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