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상을 재개한 당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강력한 경제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이란과 교역하는 국가의 대미(對美) 수출품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문건에 서명했다. 이는 이란 외화 수입원을 봉쇄하기 위해 이란과 거래하는 주변국과 기업까지 겨냥한 사실상의 ‘2차 제재’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이란산 석유 주요 수입국인 중국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되지만, 최근 미·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중국을 제재 대상에 포함할지는 미지수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이번 행정명령은 이란으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구매하거나 수입하는 모든 국가를 잠재적 타격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상무부 장관이 이란과의 교역 여부를 판단해 국무부 장관에게 통보하면, 국무부 장관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관세 부과 여부와 관세율을 결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25% 추가 관세를 예시로 제시하며,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는 국가에 일괄적으로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명령은 7일부터 즉시 발효되며 이란의 ‘돈줄’을 옥죄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대표단은 같은 날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8개월 만에 재개했다. 이번 회담에는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으며, 미군의 중동 작전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CENTCOM) 브래드 쿠퍼 사령관도 배석했다. 회담은 양국 대표가 직접 만나지 않고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이 양측을 오가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접 방식으로 약 8시간 동안 이어졌다. AP통신 등 외신은 미국 국기를 단 차량 행렬이 회담 시작 90분 만에 무스카트 궁전을 떠났다고 보도했으나, 전체 협상은 의제 조율과 휴식을 포함해 온종일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이란과 오만 외교 관계자들이 오만 무스카트에서 만나 핵 협상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협상장 밖에서도 이란산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불법 거래에 연루된 단체 15곳과 개인 2명, 선박 14척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압박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제재 대상이 된 선박은 제3국 국적을 내세워 이란산 원유를 수출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으로,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CENTCOM은 에이브러햄 링컨호 항공모함 전단이 아라비아해를 항해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국무부는 이란 정권이 제재를 회피해 창출한 수익이 테러 지원과 국내 탄압에 쓰이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핵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면서도 지난해 공습으로 파괴된 탄도미사일 기지들을 신속하게 복구하며 군사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작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을 받았던 24곳 중 12곳 이상의 미사일 시설에서 최근 수리 작업이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이 핵 시설보다 미사일 기지 복구에 매진한 것은 이를 미군 자산에 대한 유일한 억제 수단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포르도와 나탄즈 등 주요 핵 시설은 여전히 가동 중단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이란의 군사적 우선순위가 미사일 전력 재건에 있음을 보여준다.

6일 이란 테헤란의 주이란 미국 대사관 앞/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의 대외 정책에 협조한 인도에 대해서는 25% 제재성 관세를 철회하는 보상책을 내놓았다.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약속하자, 기존에 부과했던 초고율 관세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국가에는 확실한 혜택을 준다는 트럼프식 ‘거래 외교’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한국 정부의 대미 통상 전략과 투자법 처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