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폭설 대응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고 나온 겨울 외투(사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뉴욕 등 미국 동북부에 수년 만에 폭설이 내리자 조란 맘다니(34) 뉴욕시장은 뉴욕시 비상대응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욕에는 30㎝가 넘는 폭설이 내려 도로 곳곳이 차단됐고, 혹한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해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 뉴욕 시민들의 눈길을 끈 것은 맘다니의 발표 내용이 아닌, 그가 입고 나온 검은색 겨울 외투(재킷)였다.

3일 소셜미디어 등에 맘다니가 눈 폭풍 대응 현장에 즐겨 입고 다니는 이 재킷을 분석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전임 시장이 입었던 옷보다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상당수는 재킷 곳곳에 숨겨져 있는 정치적 의미를 주목한다.

맘다니가 입은 옷은 미국 유명 워크 브랜드 칼하트에서 만들었다. 칼하트는 1889년 철도나 건설 노동자와 같은 블루칼라 계층을 위한 작업복을 만드는 업체로 시작했다. 뉴욕 도로 곳곳에서 칼하트의 후드 티셔츠(모자 달린 옷)를 입고 일하는 공사장 인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금은 노동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입는다. 이 때문에 맘다니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들을 겨냥해 이 브랜드 옷을 대외 활동복으로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사회주의자인 맘다니는 고소득자에 대한 부유세와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화제가 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겨울 재킷은 그의 아내 라마 두와지의 조언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재킷 오른쪽 가슴에 적힌 ‘뉴욕시(The City of New York)’라는 글자는 획 끝부분이 부드럽게 꺾이는 스타일(loose serif font)로 되어 있어서 젊은 감각을 보여준다. 이 문구는 뉴욕에서도 진보 정치의 중심지이자 맘다니의 정치적 기반이 된 브루클린의 한 자수점에서 특별 제작했다. 뒷목 부분에 들어간 자수도 주목을 받는다. 그가 지난해 6월 민주당 경선에서 정치 거물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뒤 한 연설에 나오는 대목인 “너무 큰 문제도, 너무 작은 일도 없다(No problem too big. No task too small)”라는 문구다.

소셜미디어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겨울 외투를 분석하는 영상. 뒷목 부분에 “너무 큰 문제도, 너무 작은 일도 없다(No problem too big. No task too small)”는 문구가 적혀 있다./틱톡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패션을 정치적 무기로 승화시킨 이번 결정은 그의 아내이자 유명 인플루언서 라마 두와지(28)의 조언을 받았다. 두와지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애니메이터로 버지니아커먼웰스대(VCU) 예술대와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VA)에서 각각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200만명을 넘는다. 두와지는 새 옷이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경찰 출신인 전임 시장 에릭 애덤스와 차별화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시장이 공적 자리에서 입는 활동복은 언론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올바른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각적 요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붉은색 MAGA 모자를 즐겨 착용한다. /로이터 연합뉴스

정치인들은 패션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미지도 전략적으로 구축해왔다. 존 F. 케네디, 지미 카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은 군용 스타일의 ‘에어포스 원 윈드브레이커’를 즐겨 입었다. 최고 통수권자 이미지를 강화하고, 현장을 직접 지휘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젊고 활기찬 리더 이미지를 위해 셔츠 소매를 걷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성성보다 전문성과 강인한 이미지를 위해 단색 바지를 입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겨냥해 빨간색 모자를 즐겨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