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 워싱턴 DC '트럼프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영화 '멜라니아' 시사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Melania)’가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며 기현상을 낳고 있다. 미 전역에서 이민자 단속 규탄 시위가 벌어진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 주말에만 704만달러(약 102억원)를 벌어들이며, 지난 10년 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중 최고 개봉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미 워싱턴 DC '트럼프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영화 '멜라니아' 시사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흥행 질주에는 명백한 ‘영부인 특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예술·다큐 영화가 소규모로 개봉하는 관례를 깨고, 배급사 ‘아마존 MGM 스튜디오’는 블록버스터급 규모인 전국 1778개 스크린을 확보해 물량 공세를 폈다. 관객도 트럼프 지지층에서 집중됐다. 예매 수치의 72%를 55세 이상 여성이 차지했으며, 인종별로는 백인 비율이 75%에 달했다.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플로리다, 텍사스 등 남부 지역 극장가는 멜라니아의 이미지를 소비하려는 중장년 백인 여성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개봉 당일 실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인 ‘시네마스코어’에서 최고점인 ‘A’ 등급을 부여하며 찬사를 보냈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멜라니아’ 포스터.

영화는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을 앞둔 20일간의 여정을 다룬다. 멜라니아 측은 진솔한 기록을 제작 이유로 내세웠으나, 실상은 지지층 결집을 노린 ‘팬 서비스’이자 노골적인 수익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마존은 판권료 4000만달러(약 579억원)에 마케팅비 3500만달러(약 507억원) 등 총 7500만달러(약 1086억원)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쏟아부었다. 특히 판권료 중 약 2800만달러(약 405억원)가 제작을 주도한 멜라니아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아마존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바친 일종의 ‘보험용 상납’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흥행과 별개로 평단의 반응은 바닥 수준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10%에 불과했고, 비평가들의 리뷰를 수치화하는 ‘메타크리틱’ 점수는 100점 만점에 7점에 그쳤다. 트럼프에 적대적인 주요 매체 비평가들은 “북한식 선전물보다 더하다” “영혼 없는 공허함이 호러 영화 수준”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미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미국 영부인의 초상이라지만, 철저히 연출되고 미화(美化)되면서 뻔뻔한 TV 광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평했다. 성추문으로 할리우드에서 퇴출당했던 브렛 래트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주요 언론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자 단속 정책으로 나라가 뒤집어진 시국에, 스크린 안에서는 이민자(슬로베니아) 출신 영부인의 화려한 의상과 우아한 일상이 강조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