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에서 한국인 인사의 영문 이름이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미 국무부가 추가 공개한 300만 페이지 분량 자료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2010년 10월 1일 제스 스탤리 전 바클레이스 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언급된 메일을 전달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this is nuts)는 제목의 해당 메일에는 “제프리, 와줘. 각자와 사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너의 보안 인가는 승인됐어”라는 내용과 함께 총 14명의 인사 명단이 첨부됐다.
명단은 국적, 지위, 이름 순으로 나열됐다. 지위는 외교 장관 같은 고위 공직자를 지칭하는 H.E.(His/Her Excellency)와 왕족 칭호 앞에 붙는 H.R.H.(His/Her Royal Highness) 두 가지였다. 국적은 바레인, 이집트, 쿠웨이트, 레바논, 룩셈부르크, 모로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포르투갈, 카타르, 스페인,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양했다.
명단의 11번째에는 한국 국적도 포함됐다. South Korea, H.E. Mr. Yu Myung-hwan으로 적혔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유명환 전 장관으로 보인다. 고위급 정부 관료에게 사용되는 존칭이 붙었고, 함께 언급된 다른 인물들이 대부분 당시 해당 국가의 외교부 장관 또는 총리였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은 2008년 2월 29일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된 바 있다.
다만 해당 메일이 발송된 시점은 유 전 장관이 자녀의 채용 비리 논란으로 사임한 지 한 달 만인 때로, 엡스타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메일 명단 리스트 중 한 명으로만 등장해 맥락상 엡스타인 측이 고위 인사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접촉을 시도한 정황 정도로 추정된다. 유 전 장관 역시 한국일보에 “당시 여러 국제 회의에 활발히 참석해 내 이름이 기사에 많이 보도됐고, 그래서 내 이름도 거기 집어넣은 것 같다”며 “엡스타인이 누군지도 모르며, 연락을 받거나 접촉한 적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