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년 만에 공화당의 심장부인 텍사스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텍사스 주의회 상원 제9선거구(SD-9)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테일러 레메트 후보가 57%를 득표, 공화당 리 웜스갠스 후보(43%)를 14%포인트 차이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곳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17%포인트 격차로 압승했던 지역으로, 1년여 만에 공화당 지지율이 31%포인트나 빠지는 기록적 민심 이반(Swing)이 일어난 것이다. 이 지역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은 1992년 이후 34년 만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치러진 텍사스 연방 하원 제18선거구 보궐선거에서는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을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놈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 의제인 불법 이민 단속을 총괄하는 인물로, 트럼프식 이민 정책에 대한 반감이 멕시코 접경 지역인 텍사스에서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접경 지역에서 ‘반이민’에 경고음

현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공화당의 주 상원 및 연방 하원 각 1석 상실’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 단속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자 추방 정책 실패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 대응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투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미네소타주에서 이민 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인 2명이 연달아 사망하면서 민심이 악화된 가운데, 국경 지역 유권자들이 강경한 이민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은 압도적인 자금력의 우위를 확보하고도 민심 이반을 막지 못했다. 공화당 웜스갠스 후보는 민주당 레메트 후보(약 7만달러)의 10배가 넘는 약 73만달러(약 10억원)를 선거 자금으로 쏟아부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문화 전쟁과 이념을 앞세운 공화당 후보 대신, 생활 물가 안정을 외친 노조 출신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의 텃밭인 연방 하원 제18선거구는 민주당 후보끼리 결선을 치렀기 때문에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애초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선에서 승리한 크리스천 메네피 당선인이 선명한 반(反)트럼프 노선을 내세우고 있어 공화당에 악재라는 반응이 나온다. 메네피는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크리스티 놈 장관을 탄핵하고 ICE를 뿌리째 뽑아내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당선으로 현재 218석(공화) 대 213석(민주)인 하원 의석수 격차는 4석으로 좁혀졌다. 향후 이민 정책을 둘러싼 의회 내 갈등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중간선거 앞둔 공화당에 빨간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필패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데 이어, 지난달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도 28년 만에 민주당에 시장 자리를 내줬다. 양당의 경합 지역을 비롯해 보수 성향이 강한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주)’까지 줄줄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간선거가 통상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텃밭까지 내주는 현재의 흐름은 취임 1년을 갓 넘은 트럼프의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전조라는 위기감이 공화당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이 같은 여권의 당혹감을 방증하고 있다. 트럼프는 앞서 텍사스주 상원의원 보궐선거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웜스갠스 후보를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전사”로 치켜세우며 세 차례나 투표를 독려했고 “나의 완전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트럼프는 1일 취재진이 선거 패배 관련 질문을 던지자 “그 얘기는 못 들었다. 누가 어디에서 출마했느냐”면서 “나는 그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건 텍사스 지역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지지한 공화당 후보가 대패했음에도 모른 체하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