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 시각)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구금된 여성이 연방 요원들로 둘러싸인 차량 안에 앉아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인공지능(AI)·컨설팅 기업 등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으로 큰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 계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1년간 미국의 민간기업들이 ICE와 세관국경보호국(CBP) 등 정부 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총 220억달러(약 31조6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었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는 지난해 1월 이후 ICE로부터 8100만달러(약 1163억97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공개한 AI 활용 사례 목록에 따르면 ICE는 지난해 5월부터 팔란티어의 AI를 활용해 대량의 시민 제보를 요약·분류·번역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도 같은 기간 ICE와 CBP로부터 1억달러(약 1436억7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따냈다. 딜로이트는 최근 ‘집행 및 단속·추방 작전을 위한 법 집행 시스템과 분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ICE와 추가 계약을 했다. 이 계약에는 ICE의 표적 운영 부서를 위한 ‘인터넷 리서치와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친(親)트럼프 기업인이자 공화당 기부자인 토미 피셔가 대표인 건설 기업 ‘피셔 샌드 앤 그래블’은 이민 관련 기관과의 계약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 기업이 지난해 7월 이후 CBP와 맺은 계약 실적은 60억달러(약 8조6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ICE와의 계약을 가장 많이 수주한 기업은 CSI에비에이션이다. 이 기업은 ICE의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을 위해 투입되는 전세기를 중개해왔는데, 지난해 1월 이후 12억달러(약 1조7200억원)가 넘는 수주 실적을 냈다고 한다.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을 전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이후 이민 단속 예산은 급증했다. 특히 ICE는 지난해 하반기 계약 관련 지출이 37억달러(약 5조3200억원)로 같은해 상반기(15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CBP의 민간 부문 지출도 지난해 하반기보다 7배나 급증했다. 특히 CBP는 이달에만 약 20억 달러(약 2조8700억원)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 전체 계약 규모를 넘어서는 규모다.

최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의 총격에 숨진 알렉스 프레티(37)를 29일(현지 시각)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FT는 “많은 기관의 계약은 IT 시스템 현대화나 데이터센터 인력 아웃소싱과 같은 일상적인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대부분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라면서도 “일부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색출·체포·추방하거나 자진 출국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새로운 전략과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들의 총격에 2명이 잇따라 사망한 일이 발생하면서 이민 단속 정책에 대한 반발이 미국 전역에 확산하고 있다. 이같은 반발은 업계에서도 나온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기술 업계 종사자 1000여 명은 이달 중순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민 단속과 관련된 업무 계약을 취소하고 트럼프 정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팔란티어의 사내 협업 플랫폼 ‘슬랙’과 내부망 ‘위키’에서는 경영진의 해명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