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이끌며 급부상했던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장이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총격 사건을 계기로 물러나면서 트럼프 진영의 정치적 부담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앞서 보비노 대장은 민주당 강세 지역들을 중심으로 단속을 지휘하며 거센 여론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그레고리 보비노 미 국경순찰대장. /연합뉴스

그레고리 보비노 대장은 과거 캘리포니아주의 국경 지역 일부를 관할하는 현장 책임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이후 이민자 단속을 국경 밖으로 확장하겠다는 노선을 밝히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세를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안보부(DHS)와 세관국경보호국(CBP)은 국경순찰대(USBP)를 국경선이 아닌 대도시로 투입했으며, 보비노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등 대도시에서 작전의 선봉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과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신임을 등에 업은 보비노는 지휘관 이상의 역할을 자임해 왔다.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 단속 영상과 작전 장면을 공개하는가 하면, 비판론자들과 노골적인 설전을 벌이며 존재감을 키웠다. 짧게 깎은 머리에 올리브색 제복 차림으로 복면 요원들과 시위 현장을 돌파하는 모습은 지지층에게는 ‘질서 회복의 상징’이, 진보 진영에는 ‘공포와 위협의 상징’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비노식 초강경 단속은 후유증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에서는 연방 요원들이 기자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최루가스를 사용, 소송에 휘말렸으며 연방 판사는 이를 두고 “무력 사용이 양심을 뒤흔드는 수준”이라 공개 비판에 나섰다. 판결문에는 보비노가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던진 경위에 대해 여러 차례 거짓 진술을 했다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결국 올해 들어 연방 요원이 미국 시민을 총기로 사살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보비노 대장의 입지는 급속히 흔들리게 됐다. 지난 7일 30대 여성 르네 니콜 굿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 총격에 숨졌으며, 17일 후 30대 남성 알렉스 프레티 또한 총기로 사살됐는데, 보비노가 사건 직후 요원들을 옹호하며 거센 역풍을 맞은 것이다. 그는 “총격 사망자는 테러리스트로, 법 집행관을 학살하려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부담이 트럼프 진영으로 전가되면서 백악관은 보비노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독립 조사 필요성을 거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보비노는 유능하지만 다소 과한(out-there) 인물”이라며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미니애폴리스 현장 책임은 ‘국경 차르’로 불리는 톰 호먼에 넘겨진 상태로, 사실상 보비노는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관측된다.

보비노의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대한 여론을 한층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로이터통신이 지난 23~25일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 지지율은 39%로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3%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