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8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하며 중·영 관계 개선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 국가 간에 균열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은 “특정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실용적 협력을 통해 경제적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역시 이번 방중으로 협력의 새 돌파구를 여는 데 그치지 말고 양국 간 상생 기조를 확립하자고 화답했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부터 31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에 머무른다. 스타머 총리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도 면담한다. 이후 상하이로 이동할 예정이다.

2024년 11월 1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방중에는 50여개 영국 대기업과 기관 관계자, 정부 인사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에어버스, 아스트라제네카, 브롬톤, JLR(재규어랜드로버), 맥라렌오토모티브 등 주요 제조업체를 비롯해 HSBC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바클레이즈 등 은행까지 포함됐다.

양국은 스타머 총리의 공식 일정 시작 전부터 ‘실용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타머 총리는 출국에 앞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종종 어느 나라를 선택하라는 요구를 받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 산업의 중국 수출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예측 가능성이 낮은 미국과 달리 중국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영국은 금융과 제조,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협력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국의 중국 밀착은 자국 경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 속에서 영국 소비자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뿐 아니라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 중·고가 제품에도 호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EU)과 달리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비야디(BYD)는 지난해 영국 판매량이 5만대 이상으로 5배 가까이 늘며, 같은 기간 판매량이 감소한 테슬라와 BMW 미니를 앞질렀다. 상하이자동차(SAIC) 브랜드 MG도 지난해 영국에서 8만5000대 이상을 판매하며 랜드로버를 넘어서 토요타 판매량에 근접했다.

블룸버그는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때 미국에서 국가안보 이유로 제재를 받았던 샤오미의 스마트폰 역시 영국에선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영국에선 중국 제품에 대한 낙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근 10년 간 영국과 중국 간 교역이 크게 늘어 중국은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 수입 증가로 인해 영국의 무역 적자를 키우고 있다. 영국이 독일을 제치고 유럽 최대의 수입국이 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스타머 총리의 방중을 “영국의 국가 이익에 기반한 이성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맹국으로서 영국의 이러한 입장은 일부에게 의외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중·영 관계가 수년간 우호적이지 않았으며, 미국발(發) 불확실성 속 서방 국가들이 대외 관계에서 더 큰 예측 가능성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영 관계의 개선은 양국 모두에 이로울 것이다. 물론 중·영이 모든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호 존중과 실용적 협력의 원칙 아래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능력도 있고 그럴 권리도 있다. 이는 국가 이익에 책임지는 성숙한 태도”라며 “중국은 결코 영국의 안보 위협이나 발전의 장애물이 아니다. 이번 방문이 양측의 각 분야 협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중·영 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상생의 기조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