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낙마는 중국군의 ‘훙얼다이(紅二代·혁명가 후손)' 전성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유샤는 2017년 19차 당대회 이후 9년 넘게 중앙군사위 부주석 자리를 지키며 군부 실세로 군림해 왔다. 그는 마지막 남은 훙얼다이 군 지도자였고,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에 중대장으로 참전한 경력까지 갖춰 상징성이 컸다. 장유샤의 부친 장중쉰과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은 함께 혁명에 참여한 전우이기도 하다. 중국군 수뇌부인 중앙군사위가 ‘주석 책임제’ 아래 시진핑에게 최종 지휘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라고는 하지만, 장유샤 같은 원로급 실세의 존재감이 작을 수는 없었다.
시진핑은 이미 지난해 관영매체 등을 통해 군의 훙얼다이 세력을 손볼 것임을 암시해왔다. 지난해 10월 해방군보는 사설에서 “‘철모자왕(鐵帽子王)’은 없다”고 했다. ‘철모자왕’은 말 그대로 닳지 않는 철모자를 썼다는 뜻으로, 청(淸)나라 때 작위가 대대로 세습되는 황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유샤 낙마를 알리는 공지문에는 과거 군부 숙청 때와 달리 ‘당(黨) 단독 결정’을 강조하는 문구가 이례적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중앙군사위 소속 허웨이둥(何衛東)·먀오화(苗華) 등 9명 처분 발표문에는 중앙군사위 기율·감찰기구가 입건 조사를 맡았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지에는 “당중앙의 연구를 거쳐 결정했다”고만 했다. 장유샤 척결의 주체에서 군 조직을 통째로 배제하며, 시진핑이 이끄는 당의 군 통제가 대폭 강화됐다고 선언한 것이다.
시진핑 집권 초기 대규모 군부 숙청 당시와 비교해도 이번 공지문은 이례적이다. 2014~2015년 중국 군부 내 장쩌민 인맥의 대부로 꼽히던 궈보슝·쉬차이허우 전 군사위 부주석 낙마 발표 때는 “중앙정치국 회의가 중앙군사위 기율검사위의 조사 보고서를 검토한 뒤 당적 박탈과 군사검찰 이송을 결정했다”고 적시했다.
중국 군 수뇌부인 중앙군사위의 유일 생존자는 부모의 후광 없이 자력으로 군부 꼭대기에 오른 장성민 부주석이다. 2017년 중앙군사위에 진입했고, 중국군의 반(反)부패 기관인 기율위원회에서 약 9년 동안 서기를 맡았다. 지난해 말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했지만, 차기 후계의 신호가 아닌 빈자리 채우기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