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 접근권(Total Access)’ 확보를 위해 유럽 측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철회하는 대신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Golden Dome) 구축과 광물권 확보를 통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가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세부 사항은 협상 중이지만 본질은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 접근”이라며 “끝이 없고 시간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무런 비용 없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고 있다”며 “2주 안에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발언은 전날 마르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합의의 틀(framework)’을 마련했다고 밝힌 데 이어 나왔다. 트럼프는 “우리는 골든돔을 건설하는 것 외에는 무엇도 지불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 ‘아이언돔’의 100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이미 그린란드 접근권 보유”
하지만 미 언론과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그린란드 협상 성과로 내세운 권한들이 사실상 이미 미국이 수십 년 전부터 보유해온 권리라고 지적했다. 1951년 체결된 ‘미국·덴마크 그린란드 방위 협정(Defense of Greenland Agreement)’이 대표적인 근거다. 이 협정 제2조는 미국이 나토 방위 계획에 따라 그린란드 내에 방어 구역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보 전문지 디펜스원은 22일 “국가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본다”며 “기존 외교 협정만으로도 그린란드 내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확장은 이미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AP 역시 “방위 전문가들은 미국이 소유권 없이도 수십 년간 그린란드에서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운영해 왔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고 보도했다. “비용이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 역시 ‘덴마크 정부에 대한 보상 없이 기지를 건설·유지한다’는 협정문 제2조 3항과 일치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하고 독점하겠다”고 강조한 광물 접근권 역시 새롭게 획득했다기보다는 기존 권한을 재확인한 것에 가깝다는 평가다. CNN 등에 따르면 그린란드 광물 시장은 이미 서방 기업에 개방돼 있다. 실제로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등이 투자한 미 탐사 기업 ‘코볼드 메탈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그린란드 서부 디스코 섬 등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탐사 중이다. 또 다른 미국 기업 ‘크리티컬 메탈스’ 역시 미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 검토 속에 대규모 희토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법적인 장벽도 이미 없다. 그린란드 광물자원법(Mineral Resources Act)에 따르면 외국 기업도 정식 채굴권을 획득하면 채굴한 광물에 대한 독점적 소유·판매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킨지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의 개발을 막는 건 정치적 접근권이 아니라 인프라 부족과 혹독한 기후, 높은 비용”이라고 분석했다.
◇“‘중·러 진입 차단’ 확약은 성과”
다만 이번 사태가 미국의 ‘빈손 회군’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권리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명시적 확약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폭스뉴스에 “러시아와 중국이 결코 그린란드에 발판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이번 협상의 목표”라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트럼프의 ‘전면 접근’ 발언에 대해 “그린란드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나토 틀 안에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는 동의하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란드 매입이라는 목표를 접는 대신, 기존 방위 협정에 근거한 ‘안보·경제적 배타권’을 공식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모양새다. 2주 뒤 공개될 합의안에는 1951년 협정보다 구체화된 미사일 방어망 부지 선정과 광물 개발을 위한 행정적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절차가 담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