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주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은행 계좌 잔액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발리는 한국인을 비롯해 전 세계 관광객이 신혼여행과 휴가철에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라,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발리주 정부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에게 최근 3개월 치 은행 계좌 잔액을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을 검토 중이다. 와얀 코스터 발리주지사는 이 내용이 ‘고품질 관광 관리’ 규정 초안에 포함될 예정이라며 “주의회가 막바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코스터 주지사는 현지 안타라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품질 관광을 추진하려면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관광객들의) 지난 3개월간 저축액 규모”라고 말했다. 규정이 통과될 경우, 발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은행 잔액뿐 아니라 체류 기간·관광 계획 등 여행 일정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는 “우리(인도네시아인들)가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유사한 정책을 적용받는다”며 “똑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SCMP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미국, 유럽, 호주 등을 방문할 때 비자 신청 과정에서 자금 증명과 일정을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코스터 주지사는 이번 조치를 두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리의 규칙과 문화를 존중하고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1주일 치 자금만으로 3주를 머물다 결국 발이 묶여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규정 초안이 주의회를 통과하면 올해 안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외국인이 입증해야 할 최소 예금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 규정을 두고 현지에서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브라위자야 대학의 사회학 강사 이 와얀 수야드나는 “관광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부적절하고 성급한 정책”이라며 “현재 발리 주정부가 시행하는 정책들은 관광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리주 의회 소속 아궁 바구스 프라티크사 링기 의원 역시 “출입국관리청은 중앙정부 산하 기관”이라며 “중앙정부의 허가 없이는 발리주 정부가 관광객 예금을 확인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발리는 지난해 705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며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인도네시아 전체 외국인 방문객은 1400만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발리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