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7일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을 발표하고 국민 식생활의 대대적 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지침은 학교·군대의 급식과 저소득층 영양 지원 등 연방 정부 영양 정책의 기준이 된다.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슬로건 실현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번 지침은 과거에 비해 급격한 변화를 담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백질 권장량을 체중 1㎏당 0.8g에서 1.2~1.6g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린 점이다. 심혈관 질환에 대한 우려로 제한 대상이 됐던 소고기·돼지고기 등 붉은 육류도 전면 허용됐다. 지침은 “탄수화물 섭취를 늘리려고 단백질을 악마화했지만, 이제는 영양 밀도가 높은 동물성 식품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방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학교 급식에서 섭취가 금지됐던 ‘전지방(full fat)’ 우유를 허용하고, 버터나 우지(소기름)로 요리해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인위적으로 정제된 식물성 기름보다 자연 상태의 동물성 지방이 낫다는 최신 영양학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라”고만 언급했던 초가공식품에 대해선 “먹지 말라”고 단호하게 서술했다. 흰 빵, 밀가루 등 정제 탄수화물도 강력하게 제한했다.
처음으로 김치도 등장했다. 지침은 “김치, 미소(일본식 된장) 같은 발효 식품을 채소 및 고섬유질 식품과 함께 섭취하라”고 권장했다. 알코올과 관련해선 “남성 하루 2잔, 여성 1잔 이하”라는 구체적 기준이 사라지고 “건강을 위해 술을 덜 마셔라”는 포괄적 권고로 바뀌었다. 1980년 지침 제정 이후 46년 만의 변화다.
현지 언론은 “미국 식문화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인은 이미 육류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데, 단백질 섭취를 두 배로 늘리라고 권고하면 과도한 열량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침 개정을 주도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공식품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근력 운동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그는 “미국인이 뚱뚱해지고 병든 이유는 정부가 저품질 가공식품을 먹도록 장려했기 때문”이라며 “오늘로서 이 거짓말은 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