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신정 국가 이란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는 청년층 주도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자 정권 수뇌부가 강경 진압을 지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87) 이란 최고지도자는 3일 국영방송 대국민 담화에서 “폭도들과 대화하는 것은 이득이 없으며 폭도들은 제자리로 가게 해야 한다”며 시위 주축 세력을 ‘폭도’로 지목했다. 그는 ‘적’에게 선동되거나 고용된 사람들이 시위대를 조종하고 있다며 ‘외부 개입설’도 제기했다. 하메네이는 이란을 37년째 통치 중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이후 하메네이가 공개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위는 달러 대비 이란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제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자 분노한 젊은 층이 주축이 돼 일으켰다. 지난 3일까지 사망자가 최소 10명 이상 발생했고 부상자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란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이란의 ‘적’들이 이란 전역에 혼란을 일으키는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이란이 평화적 시위대를 잔혹하게 살해한다면, 미국은 그들을 구하러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완전 무장하고 즉각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locked and loaded)”고 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 표현은 군사적으로 총기 발사 준비가 완료된 상태, 비군사적으로는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뜻한다”고 했다.
이란 현지 언론들은 3일까지 시위 도중 사망자가 최소 10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주류 통치 세력인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중부 도시 곰에서는 수류탄이 폭발해 남성 1명이 사망했다. 이란 전역에서 공공 건물뿐 아니라 모스크(이슬람 사원)까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시위대뿐 아니라 군경에서도 사망자가 나온다. 하르신에서는 이란 이슬람 혁명 수비대 연계 준군사 조직 바시즈 민병대 대원 1명이 흉기와 총기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22개 주 100여 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선 2022년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끌려갔다 의문사한 일을 계기로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했는데, 이번 시위는 그 이후 최대 규모다.
Z세대 청년이 주축이 된 이란 시위대는 절대 권력자 하메네이를 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고, 1979년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에 축출된 친미·친서방 팔레비 왕조의 귀환까지 주장하는 등 전례 없이 강력한 반정부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