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미국인을 죽이는 독극물을 차단하겠다”며 베네수엘라를 전격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 내 마약 사망 원인 1위는 베네수엘라산 코카인이 아닌 ‘중국·멕시코산 펜타닐’이라는 통계가 명확해, 트럼프의 이번 ‘마약 전쟁’ 선포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미군은 ‘오퍼레이션 앱솔루트 리졸브(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작전을 통해 델타포스 등 특수부대를 투입,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미 강습상륙함 이오지마(USS Iwo Jima)함으로 압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직후 플로리다 개인 별장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두로의 마약 제국이 우리 국경을 넘어 수많은 미국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이번 공습의 정당성을 ‘미국인의 생명 보호’에서 찾았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와 주요 언론에서는 이번 작전이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거창한 명분과 달리, 실제 데이터와는 동떨어진 ‘헛발질’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인 죽이는 건 ‘베네수엘라산 코카인’ 아니라 ‘중국·멕시코산 펜타닐’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베네수엘라를 “미국을 병들게 하는 마약의 심장부”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 언론 등에 따르면 데이터는 전혀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의 압도적 1위 원인은 코카인이 아닌 ‘펜타닐(Fentanyl)’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약물 사망자 중 펜타닐 등 합성 오피오이드로 인한 사망은 전체의 약 70%에 달하는 반면, 베네수엘라가 주력으로 유통하는 코카인으로 인한 사망 비율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미국이 싸워야 할 진짜 적은 펜타닐이지, 과거의 위협인 코카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미국인을 살리겠다’며 폭격한 대상이 실제 살인마(펜타닐)가 아닌 잡범(코카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펜타닐 공급망은 ‘중국→멕시코’

더 큰 문제는 펜타닐의 유통 경로가 베네수엘라와는 거의 무관하다는 점이다. 미 마약단속국(DEA)의 2025년 국가 마약 위협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펜타닐 공급 사슬은 명확하다.

우선 원료가 되는 전구체는 대부분 중국의 화학 공장에서 생산되어 멕시코로 넘어간다. 이를 멕시코의 시날로아 카르텔과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 넘겨받아 비밀 연구소에서 알약 형태로 제조한 뒤,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밀반입하는 구조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주로 콜롬비아산 코카인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향하는 경유지 역할을 할 뿐, 미국 내 사망자 급증의 주범인 펜타닐 생산과는 거리가 멀다.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펜타닐 위기의 진짜 주범인 중국(원료)과 멕시코(제조)를 직접 타격하기에는 외교·경제적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만한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를 희생양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시설을 미 기업들이 관리할 것이라고도 언급해, 이번 작전의 진짜 목적이 마약 소탕이 아닌 ‘석유 확보’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미 언론들은 “수십 년간의 마약 전쟁이 남긴 교훈은 공급처에 대한 군사적 타격만으로는 국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코카인 루트를 폭격한다고 해서, 중국과 멕시코에서 밀려드는 펜타닐의 파도를 막을 수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이번 공습이 마약 문제의 근본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미국인이 죽어가는 진짜 원인은 ‘하얀 가루(코카인)’가 아니라 ‘작은 알약(펜타닐)’이며, 그 알약은 남미가 아닌 태평양(중국)과 국경 남쪽(멕시코)에서 오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