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 최대 역점 사업인 백악관 대형 연회장 건축을 위해 직접 자재 구매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겨울휴가 막바지인 지난 2일(현지 시각) 오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 레이크워스의 석재상 ‘아크 스톤 앤 타일(Arc Stone & Tile)’을 방문해 시공 자재를 직접 골랐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공사 자재를 고르기 위해 상점을 직접 찾은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트럼프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가 이날 선택한 자재는 그가 평소 선호해 온 화려한 유럽풍 양식의 핵심인 이탈리아산(産) 고급 대리석과 오닉스(Onyx·반투명 장식석). 백악관 관계자는 “연회장 내부를 장식할 자재는 세금 낭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사비로 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는 과거 자신의 마라라고 리조트 연회장에도 이 업체가 이탈리아 베로나 지방에서 수입한 분홍빛 대리석을 시공했을 만큼, 고전적이고 웅장한 건물에 황금빛과 석재를 입히는 ‘트럼프 스타일’을 고집해 왔다.
이번 공사는 백악관 외형을 완전히 뒤바꾸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트럼프가 추진 중인 새 연회장은 기존 백악관 동관(East Wing)을 허물고 그 자리에 들어서며, 규모만 9만 제곱피트(약 2529평)에 달한다. 당초 계획보다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예상 소요 경비 또한 2억달러에서 최대 4억달러(약 5780억원)까지 폭증했다. CNN은 이를 두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주소(백악관)에 트럼프라는 브랜드의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이토록 연회장 건설에 사활을 거는 표면적 이유는 ‘공간 부족’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백악관 내 최대 공간인 ‘이스트룸’도 수용 인원이 200여 명에 불과해 대규모 국빈 만찬을 열기에 좁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비가 오면 남쪽 잔디밭에 텐트를 쳐야 하는데, 트럼프는 “본관과 너무 멀어 의전 격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와 NPR 등은 트럼프가 세계 각국 정상과 명사를 불러 모을 수 있는 압도적인 공간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철거된 동관과 위상이 축소될 이스트룸의 역사적 가치다. 이스트룸은 19세기부터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 훈장 수여식, 주요 기자회견이 열려온 백악관의 상징적 장소다. 동관 역시 영부인의 집무실과 비서관실이 있어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의 공공 활동이 축적된 공간이다. 역사학자들과 건축가들은 “트럼프가 ‘국민의 집’인 백악관을 자신만의 호화 클럽처럼 개조하면서 역사적 맥락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역사적 보존 절차를 건너뛰며 공사를 강행해 법적 분쟁을 자초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국가수도계획위원회(NCPC) 등 필수 심의 기구와 협의 없이 동관을 철거했다. 법원이 제동을 걸자 행정부는 뒤늦게 다음 주부터 수도계획위와 예술위를 상대로 공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2014년 시작된 백악관 울타리 설치 공사가 승인에만 3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