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대만 해안 경비대가 전날 북부 푸구이곶과 인접한 바다까지 들어선 중국 초계정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중국 함정과 대만 해안 경비함정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를 두고 나란히 항해하고 있는데, 대만 경비함정은 중국 함정을 향해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은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벌인 훈련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4~7일)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며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이 우리 측에 “대만 문제에서 일본처럼 행동하지 말라”며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와중에, 침묵을 지키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1일 타미 피곳 수석부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최근 중국이 감행한 ‘대만 포위 군사 훈련’에 대해 “중국은 자제력을 발휘하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멈춰야 한다”면서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며,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군사 활동과 거친 언사가 역내 긴장을 불필요하게 고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성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에 대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이다. 이는 훈련이 종료된 직후이자 이 대통령의 방중을 사흘 앞둔 시점에 나온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중국의 훈련에 대해 “그들이 20년째 해 온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국무부가 ‘현상 변경 반대’라는 원칙론을 꺼내 들며 중국을 견제한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이 대만에 승인한 111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무기 판매와 맞물려, 중국의 무력 시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구가 중국이 한국을 향해 ‘입단속’을 요구하는 시점과 겹쳤다는 데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31일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일본의 대만 개입 움직임을 비난하며 한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거듭 압박했다. 사실상 한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 미국이나 일본 쪽으로 기울지 말 것을 사전에 경고한 셈이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일 “우리는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이라며 “그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회담의 성과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 측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함에 따라 한·미 간 물밑 조율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