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용군(RVC) 지휘관 데니스 카푸스틴./로이터 연합뉴스

“데니스씨, 다시 살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암살 공작금이 우리의 투쟁(우크라이나 방어)에 쓰이게 돼 기쁩니다.”(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작전 수행엔 차질이 없었습니다. 즉시 전선으로 복귀해 부대를 계속 지휘하겠습니다.”(러시아 의용군 데니스 카푸스틴 사령관)

지난달 27일 러시아 드론에 의해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인 친우크라이나 민병대인 ‘러시아 의용군’(RVC) 사령관 데니스 카푸스틴(42)이 살아 있는 것으로 1일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카푸스틴의 목숨을 노리는 러시아 암살조의 공작을 역(逆)이용해 카푸스틴이 죽은 것처럼 꾸며내는 ‘기만 작전’을 펼쳤고, 러시아는 이에 ‘바보’처럼 속아 공작금 7억원을 자신들에게 고스란히 ‘헌납’했다고 주장했다.

RBC우크라이나, 모스크바타임스,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이날 카푸스틴이 살아 있고, 러시아에 대한 기만 작전이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방정보국은 소셜미디어 공지에서 “러시아 스파이 기구를 따돌렸다”며 카푸스틴과 국방정보국장 등의 대화 동영상, 내용 등을 공개했다.

카푸스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공연히 자신의 ‘숙적’으로 지목하고 적대감을 드러낸 인사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그를 암살하고자 50만달러(약 7억2350만원) 공작금을 책정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산하 ‘티무르 특수부대’를 동원, ‘화이트 렉스(White Rex)’라는 코드명으로 불린 카푸스틴이 드론에 전사한 것처럼 꾸미는 기만 작전을 기획·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이번 작전 성공으로 “러시아를 바보로 만들었다”며 카푸스틴 암살 공작을 사주한 러시아 정보기관 내 총책과 수하들의 명단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티무르 특수부대 지휘관은 “러시아가 카스푸틴에게 배정한 공작금을 수령했다”고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기만 작전’의 구체적 수법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친러 간첩으로 위장한 요원을 투입해 카푸스틴을 제거하겠다는 작전 계획을 전달하고 실제 실행한 것처럼 꾸며내 공작금을 받아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첩보 영화 같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작전 성공 발표에 대해 러시아는 아직 특별한 공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매체는 카푸스틴 전사 소식을 보도했고, 러시아 의용군 역시 전사를 공식 확인하며 카푸스틴이 러시아군의 1인칭 시점(FPV) 드론 공격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시 RVC는 “우리는 반드시 복수할 것”이라며 “당신의 유산은 계속 남을 것”이라고 추모 성명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카푸스틴은 푸틴 체제를 전복하겠다며 2022년 8월 RVC를 조직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우리의 승리만이 러시아에 평화를 가져온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자국민이 아닌 이들이 러시아를 공격하기에 ‘러시아 민간의 자율 행동을 우린 통제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전략·전술적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RVC는 2023년과 2024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접경지를 침공하는 데 앞장섰다. 러시아 시민인 카푸스틴은 우크라이나군 편에서 군사 작전에 참여했으며, 러시아 에너지 시설 폭파 시도, 접경지 브랸스크 공격 등에 관여했다. 러시아는 카푸스틴에게 브랸스크 침공과 반역죄 혐의로 비밀 재판을 통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