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이멍구의 희토류 광산./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새해 첫날 첨단 기술 산업의 필수재인 은(銀)·철(鐵)·안티모니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출 통제 정책을 시행했다. 은·텅스텐·안티모니는 수출 가능 기업을 국가가 2년마다 지정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고, 철강은 품목별 수출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원자재를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 장기화 국면에서 중국의 자원 통제가 희토류에서 필수 품목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30일 2026~2027년 2년간 관리대상 광물 수출을 허가받은 기업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텅스텐 15곳, 안티모니 11곳, 은 44곳으로, 수출 규모가 큰 국영 무역기업을 대상으로 ‘2년 단위 자격 심사’를 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심사’를 통과하려면 최근 2년 동안의 수출 실적과 생산·공급능력, 각종 인증·준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은은 금처럼 안전자산 성격이 있으면서도 태양광·전자·전기차 등 산업의 수요가 크기에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 인민일보 계열인 증권시보는 “새로운 은 수출 통제 정책은 은이 공식적으로 국가 전략자원 목록에 포함됐음을 의미한다”며 “은 수출관리는 희토류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은 같은 날 철강재에 대한 수출허가증도 16년 만에 재도입했다.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철강제품은 원료와 완제품을 망라하는 300종(세관 상품 번호 기준)이고, 이들 품목을 수출하려면 ‘품질 검사 합격 증명서’가 필수다. 베이징의 무역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글로벌 필수 원자재 수출을 대폭 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철강 제품을 수출 허가제로 묶는 동시에 특수강 제련에 필수인 크롬·망간을 대규모로 비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희토류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의지를 보여준 예고편이었다면,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에 대한 통제 강화는 그 전략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며 본게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개별 광물 통제 단계를 넘어 향후 중국이 광물 원자재·중간재·완제품 체인 전체를 강도 높게 관리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뼈대 자체를 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 車·조선 산업 비용 부담 커질 것"

중국이 관세 수단 대신 원자재 수출 허가제와 비축을 병행하는 방식을 동원하면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면서도 타국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은을 구리와 함께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목록에 공식 추가하자 중국이 곧바로 은 공급 통제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지난달 27일 X에서 중국의 원자재 통제를 겨냥해 “은은 많은 산업 공정에 필요하다. 좋지 않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당국의 허가제 강화가 한국 산업계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은의 경우 지난해 수출량(3116t)에 비해 수입량(830t)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수입량 기준으로 홍콩·중국이 3·4위라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조선·자동차 등 산업에서 중국산 저가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도 겪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을 수입해 가공하는 일부 중견·중소 업체들이 조달에 차질을 빚거나 비용 부담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안티모니는 금이나 은을 제련하고 남는 부산물인데, 철갑 저격탄, 반도체, 군용 전자 장비, 태양광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돼 중요도가 높다. 한국의 안티모니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은 41%를 차지하고, 미국은 안티모니 수입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4일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에서는 한중 공급망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의 원자재 수출 통제가 한국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철강재 수출 기업에 품질 증명 등을 요구하는 절차를 추가하면, 중국산 저가·저품질 철강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중국산 후판, 열연강판, 도금강판 등에 잇따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거나 부과 절차를 밟는 등 중국산 저가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해왔다. 안티모니의 경우에도 국내 기업(고려아연)이 지난해 미국 수출량을 대폭 확대하는 흐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