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250주년을 맞는 미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의 위용을 뽐내면서도, 내부에서 무너져 내리는 파열음을 동시에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주도의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와 정점을 찍고 내려올 일만 남았다는 ‘피크 아메리카(Peak America)’의 갈림길이다.
데이터로 본 미국의 250년은 기적에 가깝다. 1776년 독립 선언 당시 13주(州)의 면적은 약 88만㎢로 현재 파키스탄과 비슷했고, 인구는 약 250만명으로 오늘날 대구광역시 수준이었다. 250년이 지난 뒤 미국의 영토는 50주(약 983만㎢·한반도의 약 45배)로 약 11배 확대됐고, 인구는 세계 3위 수준인 약 3억4000만명으로 약 135배 폭증했다.
경제적 도약은 더욱 압도적이다. 독립 초기 농업 위주였던 미국 경제는 현재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약 26%(약 28조달러·약 4경135조원)를 차지하는 제국이 됐다. 캘리포니아주 1곳의 GDP(약 4조달러·약 5731조원)가 세계 경제 규모 5위인 인도나 6위인 영국을 웃도는 수준이다.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등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7~8개가 미국 기업이며, 세계 증시의 약 60%를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화려한 성적표 이면에 드리운 짙은 그늘이다. ‘엔진(경제)’은 스포츠카처럼 폭주하는데, ‘운전대(정치)’는 고장 난 트랙터처럼 멈춰 섰다는 것이 독립 250주년을 앞둔 미국의 역설이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젊다. AI(인공지능), 우주,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싹쓸이하며 초격차를 벌리고 있다. 과거 정부가 주도하던 혁신을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이 주도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는 이 ‘혁신 엔진’에 모래를 뿌리고 있다. 타협이 실종된 의회는 예산안 처리 때마다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정지)’ 공포를 조장하고, 트럼프 2기 들어 진영 논리는 내전 수준으로 치달았다. 1790년 약 7500만달러(약 1075억원)에 불과했던 국가 부채는 2025년 약 38조달러(약 5경4450조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미국인 1인당 약 1억5700만원의 빚을 진 셈이다. 상위 1%가 국부의 약 30%를 독식하는 극심한 빈부 격차와 마약·총기 문제는 ‘3류 정치’가 방치한 시스템의 오류라는 지적이다.
혁신의 속도가 분열의 속도를 이겨낸다면 팍스 아메리카나는 연장되겠지만, 정치 리스크가 경제적 성과를 잠식한다면 2026년은 미국 시스템의 한계를 노출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독립 300주년에도 미국이 현재의 압도적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이 괴리를 어떻게 좁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