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수수료는 모든 주(州)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인 ‘미국 전문직 취업 비자(H-1B)’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 4000만원)로 올린 것에 반발해 뉴욕 등 미 20개 주 정부가 소송에 나섰다. 높은 수수료로 전문직 종사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문턱을 높이면서 그 피해가 미국 전역에 고스란히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송에 참여한 주는 트럼프 정부의 결정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에 주요 원고로 참여한 캘리포니아주 롭 본타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해당 수수료를 부과할 권한이 없고, 비자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비용만 징수하도록 허용한 연방법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는 메타,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내 어느 주보다 전문직 수요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이 소송에는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뉴욕, 뉴저지, 애리조나, 콜로라도, 코네티컷, 델라웨어, 하와이, 일리노이, 메릴랜드, 미시간, 미네소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오리건,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워싱턴, 위스콘신이 참여했고, 소장은 매사추세츠 연방지법에 제출됐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직에 주어지며 기본 3년 체류에 연장이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어 ‘아메리칸 드림’의 지름길로 불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9월 이 제도가 “미국인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수수료를 대폭 올렸다. 백악관은 9월 20일 발표한 ‘팩트 시트’ 문서에서 “H-1B 비자는 미래 미국인 노동자들이 STEM 직업을 선택할 동기 부여를 저해하고, 우리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했다. 일반 기업에 연간 8만5000개(미 석박사 소지자 2만명 포함)로 발급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한국인의 경우 1년에 약 2000명 안팎이 H-1B 비자를 받고 있다.
H-1B 비자 수수료를 둘러싼 소송은 이번이 세 번째다. 미 상공회의소가 소송을 냈고, 여러 노동조합과 고용주들이 연합으로 별도의 소송을 냈다. 이 정책은 트럼프의 지지층 내에서도 균열을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스타트업들은 수수료가 핵심 인력을 채용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하고, 보건의료 단체는 의사 부족 사태를 악화할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