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중국 전기차 전환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입지를 지켜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과 중국 간 외교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도 도요타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하락폭을 최소화하며 생존과 적응 전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요타의 지난해 중국 출하량은 2022년 최고치보다 14% 줄었음에도 포드의 80% 이상 급감, 폭스바겐의 3분의 1 감소와 비교하면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2020년을 전환점으로 전기차가 급성장하며 내연기관 중심의 외국 브랜드가 대거 밀려났지만 도요타만은 예외적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다.
도요타가 버틸 수 있었던 핵심 배경으로 1997년 시작된 하이브리드 전략이 꼽힌다. 프리우스로 시작된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코롤라, 캠리, 하이랜더 등으로 확장되며 중국 시장의 탄소중립·에너지 절감 흐름과 맞아떨어졌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된 와중에도 도요타가 ‘완전한 뒤처짐’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라는 평가다.
중·일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중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이 거의 관측되지 않는 점도 도요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12년 영유권 갈등 때와 달리 중국 당국이 시장 불안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도요타의 중국 사업 수익이 올해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단기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중국 시장에서 또 한 번 위기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요타는 최근 전략을 다시 조정하고 있다. 그동안 FAW, 광저우자동차와 합작 생산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중국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현지화 심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지난 3월 출시한 완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bZ3x는 10만 위안대(약 2000만원대) 가격으로 내놓으며 BYD의 저가형 전기차와 맞붙었다. 해당 모델은 10월까지 5만 대 이상 판매되며 도요타 전기차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현지화 강화에는 위험도 따른다. 중국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브랜드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고, 소비자가 “굳이 도요타를 살 이유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기술·브랜드 균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향후 시장 지위에 결정적 변수라고 보고 있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리서치 기관 펠햄 스미더스의 분석에 따르면 도요타의 중국 내 합작법인 및 일본 내수 수출을 포함한 수익은 2021년 5250억엔(약 5조원)에서 3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도요타가 2023년부터 대규모 할인 판매를 진행하면서 출하량은 늘었지만, 이익 감소는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의 갈림길에 선 향후 도요타는 중국 내 중장기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테슬라에 이어 상하이에 독자 공장을 설립해 2027년부터 렉서스를 현지 조립할 계획이며, 연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