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有事·전쟁 등 긴급사태)’를 둘러싸고 중국과 대립하는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침묵에 불안해하고 있다. 중국 항모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6일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 조준해 비춤)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일본 동맹국인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백악관·국무부 등 주요 당국자 누구도 관련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와 관련,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일·중 대립에 대해 조지 에드워드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만 발언할 뿐, 고위 관료급은 입장을 발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소한 ‘일본과의 동맹 재확인’과 같은 발언을 기대하지만, 미국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에선 ‘미·중 대립보다 미·중 담합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에 군사 역량을 집중하고 다른 지역 문제는 동맹국에 대응을 떠안기는, 신(新)먼로주의에 따른 침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먼로주의란 1823년 제임스 먼로 당시 미 대통령이 천명한 ‘미주·유럽 상호 불간섭 원칙’이다. 동북아 안보 문제에 있어 미국이 중국과의 대립을 회피할수록 대만 문제 등 일본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중 대립에서 확실히 일본 편에 선 건, 호주 정도다. 호주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은 지난 7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만나 “일본과 함께 힘을 합쳐 행동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중국은 프랑스·독일 등 서방 주요국에 자국 편에 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8일 베이징에서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에게, “독일과 달리 일본은 전후 80년 동안 침략 역사를 철저히 반성하지 않았다”면서 “독일측이 중국의 정당한 입장을 지지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3일에도 왕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를 요청했다. 이튿날 마크롱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따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본은 이날 레이더 조사 관련 중국측 주장에 반박을 이어갔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은 훈련 해역과 영공을 사전에 발표했다고 했지만, 사전 통지에 대한 인식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주장대로) 수색을 위해 레이더를 이용할 땐, 간헐적으로 조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중국의 레이더 조사가 화기 관제(사격 통제) 목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닛케이신문은 자민당 관계자를 인용해 “레이더 조사 당시, 일본이 중국과의 핫라인을 가동해 소통하려 했지만, 중국측이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