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무인 택시(로보 택시)가 도로에서 사람을 덮쳐 중상을 입히는 사고가 발생하며 자율주행 기술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 6일 낮 후난(湖南)성 주저우에서 ‘헬로’ 로보 택시 아래로 두 사람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중국 로보 택시 운행 사상 최초의 중대 사고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목격자들은 사고 지점의 노면이 빗물로 젖어 있었고, 전동 자전거가 미끄러지며 운전자가 넘어져 로보 택시 아래로 빨려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더우인(중국판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시민들이 차량을 들어 올려 구조를 시도하는 장면과 부상자 두 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사고를 낸 업체 헬로는 로보 택시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중국 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공유 자전거 앱 사업자로 출발한 헬로는 지난 6월 알리바바 금융 계열사 앤트그룹, 중국 1위 배터리 업체 CATL 등과 함께 상하이에 자율주행 기술 회사를 설립하며 로보 택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헬로는 고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L4(레벨 4) 기술 확보를 목표로 내년에 자체 모델 양산을 시작하고, 2027년까지 5만 대 이상을 도로에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만 중국 매체들은 이번 사고가 헬로의 자체 개발 모델이 아닌 바이두의 로보 택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헬로는 지난 8월부터 후난성 주저우와 장쑤성 리양 두 곳에서 바이두가 개발한 로보 택시를 구매해 시범 운행해 왔다. 중국 자율주행 선두 기업인 바이두는 현재 11개 도시에서 약 1000대 규모의 로보 택시 ‘아폴로고’를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 로보 택시는 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으로, 이번 사건으로 당분간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이미 모든 로보 택시 기업을 대상으로 사고 대응 능력과 유사 상황 대처 체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이신에 “헬로가 사고 당사자라 해도 정부는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감독 기준이 앞으로 더욱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지방 정부는 2023년 하반기부터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제도와 감독 체계를 잇달아 발표하며 산업 육성 속도를 높여왔다. 지난해 우한에서는 바이두의 로보 택시 서비스가 대규모로 운영되며 택시 기사들의 생계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는 베이징·선전 등 주요 도시들이 로보 택시 운영 확대 정책을 대거 발표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헬로를 포함해 바이두, 포니AI, 위라이드 등 주요 로보 택시 기업들이 베이징·우한·광저우·상하이 등 20곳에서 로보 택시 또는 로보 버스를 시범 운행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가 빠른 미국에서도 로보 택시 사고는 반복돼 왔다. 미국 GM 산하 크루즈(Cruise)의 로보 택시는 2023년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행인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고를 냈다. 당시 조사에서는 해당 차량에 하부 센서가 없었고, 회사가 사고 직후 정확한 정보를 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크루즈는 대규모 제재를 받으며 상업 운영이 장기간 중단됐고, GM은 지난해 12월 크루즈에 대한 신규 투자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