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가 5일 워너브라더스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102년 역사를 가진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워너)를 품으려는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의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지난 5일 넷플릭스와 약 106조원에 워너를 인수한다는 초대형 계약을 공개한 지 3일 만에 파라마운트가 ‘적대적 인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이번 인수전에 영향력을 미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8일(현지 시각) 워너에 적대적 인수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적대적 인수란 넷플릭스에 매각을 합의한 워너의 경영진이 아닌 워너 주주들에게 직접 회사를 팔라고 제안하는 것을 의미한다. 파라마운트는 주당 30달러로 계산해 전액 현금으로 사겠다고 했다. 이들은 “넷플릭스의 제안보다 주주들에게 180억달러 더 많은 현금을 제공한다”고 했다. 지난 5일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HBO 채널,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720억달러(약 106조원)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넷플릭스는 827억달러(기업가치 기준·약 122조원)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는데, 파라마운트의 제안은 총 1080억달러(약 159조원) 규모”라고 했다.

넷플릭스의 인수가 발표된 이후 외신에서는 “워너가 파라마운트의 자금력을 의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파라마운트는 데이비드 엘리슨 집안인 ‘엘리슨 가문’과 레드버드 캐피털이 인수를 완전히 지원하고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아폴로 등 대형 투자사로부터 540억달러를 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격화되는 워너브라더스 인수전. /AFP 연합뉴스

현재 넷플릭스와 워너의 계약에는 파기 수수료가 정해져 있다. 넷플릭스는 58억달러, 워너는 28억달러를 내야 한다. 만약 주주들이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워너가 계약을 파기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수수료를 워너가 내지만 실질적으로는 파라마운트가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각 사가 제시한 주식 가격만 보면 파라마운트의 금액이 높은 것은 맞지만 결과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워너는 넷플릭스와 거래가 실제로는 주당 31~32달러 가치가 있다고 결론지었다”면서 “분할 이후에도 주주들이 두 회사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너브라더스 인수 결정에 개입하겠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게다가 이번 인수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워너 인수는 넷플릭스나 파라마운트 모두에게 시장에서 절대적 입지를 굳히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법무부 반독점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인수 계약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전날 넷플릭스의 인수에 대해 “넷플릭스는 이미 매우 큰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고 워너를 인수하면 그 점유율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나는 이 결정에 관여하겠다”고 했다. 개인적인 인연이 인수전에 작용할 여지도 있다.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회장의 부친인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공화당 후원자로 트럼프와 친분이 깊다. 파라마운트가 올해 CBS를 인수할 때도 트럼프는 이들에 대해 “좋은 친구들, 큰 지지자”라고 말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인수전이 결말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며 이 싸움은 장기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