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가 지난 2일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기자 간담회에서 부채에 의존한 인공지능(AI) 기술주 거품에 대해 경고했다. /AFP 연합뉴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열풍 뒤에 금융 시스템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수준까지 치솟은 AI 기업 주가의 거품이 꺼지면 금융시장에 급격한 조정이 발생해 글로벌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3일 로이터와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FPC)는 지난 2일 발표한 ‘금융 안정성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요 기술주가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할 정도로 고평가돼 있고, 영국 주가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거품이 끼어 있다”면서 “미국과 영국 증시가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외부 충격에 극도로 취약해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영란은행은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향후 5년간 AI 인프라 지출이 5조달러(약 735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며 “AI 기업들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금 절반 가량을 부채를 통해 충당하는 등 부채 금융의 역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AI 기업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부채를 갚지 못하면 이들에게 자금을 댄 은행과 사모펀드, 사모대출 시장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AI 기업과 신용 시장 사이 연결고리가 깊어지고 기업 간 상호 연관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자산 가격 조정이 발생하면 대출 손실이 금융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지난 10월 미국 자동차 부품 업체 퍼스트 브랜즈와 자동차 딜러 겸 대출업체 트라이컬러의 채무불이행을 언급하며 “글로벌 위험 환경 속에서 금융 안정성에 대한 집중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영란은행뿐만 아니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기술주 가격 조정 가능성을 우려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역시 지난 10월 BBC 인터뷰에서 “미래에 심각한 시장 조정이 올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영란은행은 이날 14%로 유지해오던 은행 기본자본(Tier 1 비율) 벤치마크를 10년 만에 13%로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은행의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 영국의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자본 규제 완화가 영국의 신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베일리 총재는 “규제 완화에도 영국의 은행 시스템은 자본 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