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영상원 시네마테크 프랑세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스는 최근 빈대 출현으로 내년 1월까지 임시 폐쇄 후 집중 방역 중이다./AFP 연합뉴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의 국립영상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지난 28일 일시 폐쇄됐다. 상영관에서 빈대에게 물렸다는 관객 항의가 잇따르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측은 “방역 절차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 1월 2일까지 임시 휴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파리 당국이 ‘빈대 박멸 대작전’을 벌이고도 빈대가 다시 출현했다는 소식에 현지 언론은 ‘빈대 지옥’(르파리지앵)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고 시민들은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빈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지난달 7일 ‘에일리언’ ‘아바타’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시고니 위버의 공개 강연에 참석한 관객 수십 명이 빈대에게 물렸다는 제보로 알려졌다. 관객들은 “빈대가 의자와 옷 위로 뛰어다녔다” “여러 사람이 통증과 가려움을 호소했다” “목과 팔에 수십 군데 물렸다”고 했다. 당시 행사에선 400객석이 가득 찼었는데, 행사가 끝난 이후 빈대가 파리의 숙박 업소,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등 관객들의 거처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르파리지앵은 보도했다.

당초 사건을 축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측은 관객들이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언론 취재까지 시작되자 상영관 전격 폐쇄를 결정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공지문에서 “모든 관객석을 분해한 뒤 섭씨 180도에서 수 차례 개별 스팀 세척을 거친 뒤 단계마다 빈대 탐지견 검사를 체계적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카펫도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파리는 지난해 올림픽을 앞두고 빈대가 대규모로 창궐해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빈대 박멸 작전’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극장은 물론이고 호텔, 공항, 학교, 열차, 여객선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빈대가 나타나 충격을 줬다. 하지만 프랑스 방역 업계는 올해 빈대 물림 사례가 지난해보다 50% 증가(6월 기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최근 외국 관광객이 증가하고 빈대도 살충제 내성을 키우면서 빈대가 창궐하게 됐다고 진단한다.

1∼7㎜ 크기로 둥글고 납작한 모양의 빈대는 얼핏 수박씨처럼 보인다. 주로 침대 이음매에 숨어 있다가 어두운 밤이 되면 나와 사람의 피를 빤다. 그래서 서구에선 침대 벌레(bed bug)로 불린다. 모기나 벼룩처럼 질병을 옮기진 않지만 흡혈 후 주입하는 액체로 심한 가려움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섭씨 50도 이상의 고온이나 락스, 또는 방사선으로만 박멸이 가능해 해충 중 유독 방역이 까다롭기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