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 전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전통적 중립국인 스위스에서도 병역 의무를 여성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공개 논의 단계로 올라섰다. 스위스 유권자들은 30일(현지시각) 해당 안건을 놓고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P·AFP통신에 따르면 스위스는 현재 남성에게만 적용되는 징병제를 여성으로 확대해 군·민방위·대체 복무 등 어떤 형태로든 국가에 기여하도록 하는 ‘시민 복무 이니셔티브’를 표결에 부쳤다. 스위스는 주요 국가 현안을 모두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직접민주주의 체제를 갖고 있다.

발의 측은 병역 확대가 사회적 결속력을 높이고 위기 대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남녀평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발의를 주도한 노에미 로텐은 현 제도가 남성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동시에, 군 복무를 통해 쌓을 수 있는 네트워크·경험에서 여성을 배제해 양측 모두에게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매년 약3만5000명의 남성이 병역 또는 민방위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병원·요양시설 등에서 대체 복무를 선택할 수 있다. 정부는 군과 민방위 인력이 이미 충분하며, 의무 복무 대상을 늘릴 경우 노동력 감소와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이 안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가사·육아 등 무급 노동 비중이 큰 현실에서 여성에게 추가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은 성평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안은 초기에 상당한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실시된 gfs.bern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가 반대해 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투표는 정오까지 이어지며 사전투표 결과와 합산한 초기 집계는 이날 오후 공개될 전망이다.

같은 날 표결에 부쳐지는 ‘슈퍼 리치’ 상속세 강화안도 관심을 끈다. 스위스 사회당 청년부가 제안한 이 안은 5000만스위스프랑(약914억원) 이상의 자산에 50% 상속세를 부과해 기후 대응 재원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약2500가구가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발의 측은 연간60억스위스프랑(약10조원)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건물 단열 개선, 재생에너지 확충, 교통 인프라 투자 등에 쓰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탈을 초래해 경제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 안 역시 이번 국민투표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