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가운데)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가 3일 유세 현장에서 유권자들에 둘러싸여 연설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인도계 이민자 출신 무명 지방 의원으로 미국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킨 조란 맘다니(34) 민주당 후보가 유럽 진보 정치의 ‘롤 모델’로 떠올랐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이 4일 보도했다. 반(反)이민 정서를 앞세운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면서 고전해온 진보 정당들이 맘다니의 성공 비결을 배우기 위해 뉴욕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맘다니는 투표일인 이날 전까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뉴욕 주지사를 지낸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68) 후보와 공화당 커티스 슬리와(71) 후보를 시종일관 앞섰다.

맘다니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유럽 각국의 진보 정당 전략가들이 앞다퉈 유럽을 찾았고 일부는 아예 유세에 동참했다. 프랑스 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소속으로 유럽의회 좌파 교섭단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마농 오브리는 지난주부터 뉴욕에 체류하며 맘다니의 마지막 선거 유세 활동에 참여했다. 내년 프랑스 지방선거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맘다니를 “급진적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 실험의 사례”로 삼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독일 좌파당도 당직자 4명을 뉴욕에 파견해 맘다니 캠프와 접촉했다. 좌파당 관계자는 “내년 9월 치러질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맘다니 캠프를 모델로 삼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은 맘다니 캠프가 혁명이나 반자본주의 같은 급진 좌파 정당의 전통적 구호 대신, 일상 밀착형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맘다니의 대표 공약인 공공 주택 임대료 동결, 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등은 보수 진영에서 ‘뉴욕 경제를 파탄낼 수 있는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집중 포화를 받았지만 돌풍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뉴욕의 살인적인 주거비와 인플레이션을 집중 거론해 젊은층과 서민 표심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풀뿌리 선거운동’ 역시 유럽 진보 정당들이 자국 선거에 접목시키려는 핵심 사례로 꼽힌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의 엘런 멘도자 대표는 폭스뉴스에 “맘다니는 서방 민주국가에서 주요 공직 당선에 번번이 실패해온 급진 좌파 진영의 개척자”라며 “그의 전술은 전 세계 좌파 세력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맘다니 캠프의 소셜미디어 전략도 유럽 진보 정치인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지에서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으로 주요 공약을 전달하며, 친근하고 진정성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모틴 알리 영국 녹색당 부대표는 “영국의 좌파 정치인들은 여전히 지루하고 단조로운 영상을 만든다”며 “맘다니처럼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감정에 호소하고, ‘한 방이 있는(punchy)’ 메시지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