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이 2025년 올해의 단어로 ‘67(식스세븐)’을 선정했다. 10대들이 또래들과 공감을 표하며 대화를 이어갈 때 쓰는 일종의 감탄사인데 명확한 의미를 콕 집긴 어렵다. 한국으로 치면 ‘헐’ ‘어쩔’ 등과 유사한 맥락이다.
‘식스세븐’은 올해 여름부터 미국 10대들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행처럼 번졌다. 딕셔너리닷컴은 해마다 사회상과 트렌드를 반영한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해왔다. 지난해에는 틱톡 뷰티 인플루언서인 줄스 르브론이 유행시킨 드뮤어(demure·얌전한)였고, 2023년에는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왜곡 우려를 담은 헐루시네이트(hallucinate·환각에 빠지다)가 뽑혔다. 말 자체에 아무 뜻이 없는 단어가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딕셔너리닷컴은 “만약 당신이 학부모라면 이 숫자를 보는 순간 짜증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여름 이후 일선 초중고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십 번씩 ‘식스세븐’을 외치고, 집에서도 아이들이 대화 도중 느닷없이 ‘식스세븐’이라고 말해 부모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 단어의 ‘기원’으로 래퍼 스크릴라가 지난해 말 발표한 노래 ‘둣둣(Doot doot)’이 꼽힌다. 가사 중 ‘The way that switch, I know he dyin. 6-7.’ 부분에 처음 등장했다. 이 숫자는 스크릴라의 고향 필라델피아 67번가를 뜻한다는 추측이 나왔을 뿐 의미가 명확히 설명된 적은 없다. 그런데 한 틱톡 사용자가 프로농구 선수 라멜로 볼의 키가 6피트 7인치라고 얘기하는 영상에 노래를 갖다 쓰면서 유행이 번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농구장에서 한 소년이 두 팔을 내밀고 손바닥을 위로 한 뒤 ‘식스세븐’을 외치는 동영상까지 퍼지면서 미국 일선 학교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똑같은 동작을 따라 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식스세븐’에 대한 학생들의 열광적 반응에 대한 비교육적 효과를 우려하며 금지령까지 내렸다.
미 언론들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지만 ‘별다른 뜻과 맥락 없는 단어로 즐기는 것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딕셔너리닷컴은 “식스세븐을 특징짓는 요소는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일 것”이라고 했다. 언어학자인 살바토레 아타르도 텍사스 A&M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10대들이 ‘우린 이 농담을 아는 그룹’이라는 소속감을 만들고 ‘이해 못 하는 어른들’과 구별 짓는 데 쓰는 문화”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