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다음달 초 한국을 방문하면서 수염을 기른 병사들은 자신이 주재하는 공식 행사에 참석을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군 기강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방장관이 압박하는 ‘반(反)수염 캠페인’이 논란을 낳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다음달 3~4일 방한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한미 장병들을 격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8일 영국 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와 군 전문지 ‘태스크 앤 퍼포즈(Task & Purpose)’ 등에 따르면, 오산 공군기지 제51전투비행단은 최근 병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헤그세스 장관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진행하는 부대 방문 행사에 ‘면도 면제(shaving waiver·의학적 이유나 종교적 사유로 면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공식 허가)를 받은 병사들은 참석이 불허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수염과 무질서한 복장으로 인해 군의 전문성이 약화됐다”며 군 복무자들의 외모 규정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특히 지난달 국방부가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재편된 이후 군 내 복무 규율과 외모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는 그동안 군의 기강 해이 원인을 진보 진영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과 “드레스를 입은 남자들(트랜스 젠더)”에게 돌리며, 이른바 ‘군의 전사 정신(warrior ethos)’ 회복을 주장해왔다.
지난달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전 세계 미군 장성을 소집해 실시한 연설에서는 “비전문적 외모의 시대는 끝났다. 더 이상 수염, 장발, 개인적 표현은 없다”며 “수염을 기르고 싶으면 특수부대에 가라. 그렇지 않다면 면도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뚱뚱하고 살 찐 병사들 역시 사실상 미군에서 퇴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적 이유로 수염을 허용하던 기존 관행도 철회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는 이교도로 가득 찬 군대를 운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 인해 캠프 험프리스 일부 병사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는 “의료적 혹은 종교적 이유로 수염을 유지해야 하는 병사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